CJ ENM만 자회사 티빙과 'CJ의 밤'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등 OTT 강세
"영화제 체감온도 뚝... 한국 영화 현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외벽은 국내 드라마 '비질란테' 포스터로 장식돼 있다. 건물 6층 높이 크기다. 대형이라는 수식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거대하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4~13일) 동안 드라마를 알리기 위해 설치됐다. '비질란테'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다음 달 8일 공개된다. 대형 포스터는 부산영화제를 점령한 OTT의 힘을 새삼 실감케 한다.
부산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얼굴이다. 한국 영화의 현주소를 반영하기도 한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열기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OTT가 지난해에 이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씁쓸하다는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 영화업계가 겪고 있는 불황 여파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냉기는 영화제 기간 열리는 파티에서 특히 감지됐다. 국내 5대 영화 투자배급사(CJ ENM과 NEW,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플러스엔터테인먼트) 중 올해 부산에서 파티를 주최한 곳은 CJ ENM 단 하나다. 그나마 토종 OTT 티빙과 함께 6일 'CJ의 밤' 행사를 공동으로 열었다. 티빙은 CJ ENM의 자회사다. 부산영화제 때 매년 '한국 영화의 밤' 행사를 열었던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아예 파티를 개최하지 않으려 했으나 6일 소규모로 행사를 치렀다. 부산영화제의 지속적인 요청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대형 투자배급사 파티는 개봉을 앞둔 화제작을 소개하거나 제작 중인 영화를 알리기 위한 자리로 활용돼 왔다. 자사 영화를 홍보하며 경쟁사와 기싸움을 하는 행사였다. 하지만 올해 'CJ의 밤'은 여느 해와 달랐다. 구창근 CJ ENM 대표와 윤제균 CJ ENM스튜디오스 대표는 "CJ가 영화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말은 헛소문"이라며 영화인 안심시키기에 집중했다.
신규 투자와 주요 개봉 예정작 발표는 아예 없었다. 대신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한미합자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배우 유태오, 티빙 드라마 '운수 오진 날'의 필감성 감독과 배우 이성민, 이정은, 유연석, 티빙 드라마 'LTNS'의 임대형·전고운 감독이 무대에 올라 인사했다. 한 영화인은 "CJ ENM의 고민이 느껴지는 자리였다"며 "회사 실적이 나쁜 데다 극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섣불리 뭔가를 발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극장가는 올여름(7~8월) 관객이 지난해보다 578만 명이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종식에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약세는 OTT의 강세로 더 두드러져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부산영화제가 아니라 부산OTT축제"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OTT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한국 화제작을 처음 선보이는 '한국 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된 3편 중 2편(독전2, 발레리나)이 글로벌 OTT 넷플릭스 영화다. OTT시리즈를 선보이는 '온스크린 부문'에선 '비질란테', 웨이브의 '거래', 티빙 '러닝메이트' '운수 오진 날' 'LTNS' 등 5편이 첫 상영됐다. 2021년 부문이 신설됐을 때 2편보다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1회 국제OTT페스티벌을 부산에서 7~8일 열기도 했다.
영화제 예산 축소에 따라 전반적인 열기가 예년만 못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부산영화제는 상반기 내홍과 수뇌부(이사장, 집행위원장, 운영위원장) 퇴진을 겪으며 후원액이 감소함에 따라 예산(109억 원)이 지난해(130억 원)보다 21억 원가량 줄었다. 한 영화평론가는 "현장 체감온도는 지난해보다 뚝 떨어지게 느껴진다"며 "예산 축소와 영화계 불황 여파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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