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9,900원숍'·티몬 '해외직구 초저가숍'
'생필품 채널' 쿠팡처럼…'가성비 직구' 알리처럼
적은 돈으로 구매 만족감↑…고객 유인책
크리스털 유리컵 5,900원, 수납정리함 8,910원, 베이글 6개입 9,900원.
최근 문을 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의 '9,900원숍'에 등장한 상품들이다. 생활필수품부터 화장품, 패션, 스포츠 용품, 반려용품까지 파는 데 모두 1만 원이 넘지 않는다. 11번가 관계자는 "9,900원숍의 상품은 품질을 꼼꼼하게 따져 보고 좋은 것으로 골랐다"고 강조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이커머스가 1만 원 안팎의 가성비 상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수익성 높이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액)가 높은 명품, 화장품 유치에 힘썼지만 최근 고물가로 프리미엄 수요가 주춤하고 절약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다시 강화하는 모양새다.
1만 원대 이하 생필품 무료배송…배송비까지 낮춰
9,900원숍의 강점은 무료배송이다. 대부분 상품을 따로 요금을 내지 않고도 받을 수 있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배송비 무료 기준 금액을 맞추기 위해 안 사도 되는 상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쿠팡이 1만 원대 이하 생필품도 무료배송하면서 유료 회원을 늘린 것처럼 저렴한 상품에 대해서도 배송비 부담을 줄여주면서 재구매를 끌어내겠다는 전략도 읽힌다.
저가 상품에 강점을 보여온 쿠팡은 포스트 추석에 '생필품 구매 채널'로 역할 굳히기에 나선다. 15일까지 약 70개 브랜드 상품을 대상으로 최대 50% 할인하는 '10월 생필품 페어'를 진행한다.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한 뒤 명품 화장품을 판매하는 '로켓 럭셔리' 등으로 객단가를 키우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들은 적은 돈으로도 품질 좋은 상품을 풍성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경험이 쌓이면서 소비자들 수준이 높아져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상품으로 눈속임하는 것은 안 통한다"며 "진짜 좋은 품질을 따져 고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해외직구도 초저가 경쟁…"가전기기에서 생필품으로 수요 확대"
해외 직구도 초저가가 대세다. 티몬이 5일 문을 연 '해외직구 초저가숍'은 중국, 인도 등에서 만든 저가 상품을 1만 원대에 선보인다. 모회사인 글로벌 해외직구 플랫폼 큐텐의 인기 상품을 골라 저렴하지만 품질도 좋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100여 종의 상품을 선보이는데 티몬은 패션으로 영역을 넓혀 올해 안에 품목 수를 서너 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티몬이 저가 상품에 힘을 주는 이유는 최근 해외 직구 시장에서 값싼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저가 상품을 앞세우면서 티몬, 위메프, 옥션 등을 제치고 7월 이용자 수가 476만 명을 돌파했다. 중간 유통망 없이 중국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1만 원이 넘는 생활용품을 1,000원 안팎에 파는 '천원마트' 서비스 등이 인기를 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자기기 등 한정된 상품만이 해외직구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생필품과 패션 같은 교체 주기가 짧은 상품도 잘 나가고 있다"며 "해외직구도 빠른 배송, 무료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저렴한 일상용품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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