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기온이 크게 올라 역대 가장 더운 9월로 기록됐다. 반면 10월에 들어서자 초순부터 이른 서리가 관측되는 등 판이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환절기 기온 변화가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6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3년 9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평균기온은 22.6도로 평년(1991~2020년) 평균인 20.5도(±0.3도)보다 2.1도 높았다. 기상청의 전국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기록이다. 지난달 5일 서울의 일평균기온은 28.5도, 춘천은 26.7도로 극값 1위를 경신했다. 지난달 4일에는 서울에 열대야가 발생했는데 이는 88년 만에 첫 9월 열대야다.
올해 9월 더위의 단기적 원인은 상순에 우리나라와 중국·일본까지 뒤덮는 폭넓은 고기압이 발달한 데다 강한 햇볕이 더해져 기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중순 이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에 비해 동중국해상으로 더 확장해 우리나라가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놓였는데, 이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불어 기온이 높게 유지됐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다. 올해 9월 기온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건 세계적 현상이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달 지구 평균기온이 16.38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의 9월 평균기온에 비하면 1.75도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10월 날씨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날 대관령에서 올가을 첫서리와 첫얼음이 관측되는 등 전국적으로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오전 6시 기준 대관령(평창) 기온은 영하 0.5도를 기록했고, 설천봉(무주) 1.8도, 석포(봉화) 1.5도 등 기온이 급감한 곳이 많았다. 서울(9.6도) 등 다른 지역도 대부분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이하였다.
서리와 얼음은 평년 기준 보통 10월 하순부터 생기는데 올해는 2주 정도 빠르게 관측된 셈이다. 다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겨울이 빨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첫서리가 관측된 대관령은 정례 기상관측 지점이 아니고,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진 것 역시 환절기 특성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른 겨울이 도래했다기보다, 더위가 길어져 갑자기 추위가 시작된 듯한 착시현상이 생겼다고 보는 입장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관은 “가을이 되면 대기 하층에 찬 공기가 통과할 때 일시적으로 기온이 낮아질 수 있다”며 “이달 기온도 다시 평년보다 오를 수 있는 만큼 전반적인 경향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다가오는 주말부터 다시 기온이 올라 야외활동을 하기에 좋은 선선한 가을날씨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다음 주 전국의 평균기온이 12~22도로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다만 주말인 7일 늦은 오후부터 8일 아침 사이 제주도와 남해안 및 강원영동, 경북북부해안 등에 5~20㎜ 내외의 비가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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