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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수명 75세, 판검사보다 8년이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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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방관 수명 75세, 판검사보다 8년이나 짧다

입력
2023.10.11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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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급 9개 직종 평균 79.7세 사망
소방직 74.7세 최하위, 판검사 82.4세 1위
노조 "유해물질 노출, 정신적 외상 등 영향"
강병원 의원 "퇴직자에게도 건강 지원해야"

지난해 3월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지난해 3월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정상 퇴직한 공무원들 중 소방직 수명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수명이 긴 판검사 직종보다 8년 가까이 먼저 세상을 뜨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랜 기간 각종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등 근무 환경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일보 취재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9개 직종 퇴직 공무원의 지난해 사망자 평균 연령은 법관 및 검사가 82.4세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지도직 81.7세, 교육직 81.6세, 기능직 79.3세, 연구직 79.1세, 경찰 78.8세, 일반직 78.3세, 공안직 78.1세 순이었고, 소방직이 74.7세로 최하위였다. 이 수치는 퇴직연금 수급자가 사망한 시점의 연령을 평균 낸 값으로, 재직 중 사망하는 경우 등은 제외됐다.

소방직은 법관 및 검사에 비해서는 7.7년, 전체 평균(79.7세)과 비교해도 5년 일찍 사망했다. 바로 앞 순위인 공안직과의 격차도 3.4년이나 됐다.

소방관의 단명 현상은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과 2021년 소방직 사망 평균 연령은 73.0세, 72.6세로 9개 직군 중 역시 최하위였고, 해당 연도 전체 평균 78.0세, 78.8세보다 5년 이상 짧았다.

공무원연금법상 연금 수령 당사자가 사망하면 상속자인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에게, 본래 받던 금액의 60%만 ‘유족연금’으로 지급된다. 배우자는 사망할 때까지, 자녀일 경우 만 18세까지만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소방직은 평균 수명도 짧고, 총 연금도 상대적으로 더 적게 수령하는 셈이다.

이는 재난 현장에 지속 투입되는 소방관들의 근무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소방노조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 가스와 각종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벌집 제거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사용하는 스프레이 역시 거의 농약 수준”이라며 “참혹한 사건 사고 현장을 반복 경험하며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장기간 낮밤 가리지 않는 교대근무 등이 복합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자 건강을 위한 소방청 차원의 지원도 없다. 재직자에게는 전문 심리상담을 제공하지만 퇴직자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퇴직자를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은 “소방대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안전과 치유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퇴직 이후에도 꾸준한 치료와 상담 등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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