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논란 이후 5년 만에 활동 재개
한국 촬영 '녹야'로 부산영화제 찾아
"공백기 새 시선으로 인생 대하게 돼"
“누구에게나 인생은 기복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저는 새로운 시선으로 인생을 새롭게 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습니다.”
2018년 탈세 논란 끝에 연기 활동을 중단했던 중국 유명 배우 판빙빙(42)은 5년 공백기를 충전의 시간으로 여겼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 촬영한 중국 영화 ‘녹야’로 올해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문화공간 KNN시어터에서 한슈아이 감독, 배우 이주영과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에 대한 생각과 근황을 밝혔다. ‘녹야’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녹야’는 한국에 이민 온 중국인 진샤(판빙빙)가 ‘녹색머리 여자’(이주영)를 만나 곤경을 극복하고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서울과 서울 근교에서 촬영했고, 한국 제작사가 제작을 도왔으며 스태프 대다수가 한국인이다. 한슈아이 감독은 “저와 판빙빙은 (한국에서 가까운) 산둥성 출신이라 한국을 친숙하게 생각해 왔다”며 “한국으로 가서 영화를 찍자고 먼저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판빙빙은 2018년까지 중국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 2017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고, 한국 대작 영화 ‘마이웨이’(2011)에 출연해 장동건과 연기하기도 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중국판에서 판빙빙은 2006년부터 중국 고수입 유명인사 10인으로 10년 연속 선정됐다. 하지만 2018년 10월 탈세에 따른 벌금 8억8,300만 위안(약 1,600억 원)이 부과됐고 연예계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판빙빙은 “배우는 때로는 자신에게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공백기 동안) 영화를 많이 보고, 영화인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으며 영화 공부를 많이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여성을 구원해준다는 내용이 담긴 ‘녹야’가 “지난 몇 년 동안 제 개인적인 일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며 “좋은 역할, 좋은 이야기는 늘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판빙빙은 영화 속에서 대사 대부분을 한국어로 소화해냈다. 판빙빙은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장 심각한 시기에 영화를 촬영해 외로운 섬에 버려진 느낌이었다”며 “여자들이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주영은 당초 ‘녹야’ 출연을 망설였다.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긴 데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와는 결이 많이 달라 부담스러웠다. 이주영의 마음을 돌린 건 판빙빙이 쓴 자필 편지였다. 이주영은 “언니가 너무 따스한 편지를 써줬다”며 “이런 편지를 받게 되다니 그것도 빙빙 언니한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하지 않으면 두 분(감독과 판빙빙)의 마음을 거부하는 것 같아서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판빙빙은 이주영을 바라보며 한국어로 “사랑해요”라며 화답했다. 그는 “편지를 쓸 때 말도 안 통하는데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여자가 여자에게 편지를 쓰는 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과정이라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돌아봤다. 이주영은 판빙빙을 보며 “워 아이 니(중국어로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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