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차관 "재정 악화" "반복수급 늘어"
실업급여 부정적 측면 콕 집어 개편 강조
전문가 6명 중 노동계 출신은 1명에 그쳐
“실업급여 제도를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실업급여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를 시작하며 한 말이다.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방향’이란, 실업급여의 임금 보장성을 삭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5월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가 "구직 의욕을 높이기 위해 실업급여 하한액을 깎거나 수급 요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한 주장과 같다. 고용부가 ‘더 적은 사람에게, 더 적은 금액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 방향을 정해 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실제 이 차관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 대량 실직 등 고용 불안이 심화되면서 임시 조치로 크게 ‘완화된 수급 요건’이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고착됐다”고 강조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보다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업급여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도 강조했다. 이 차관은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수급하는 관행이 확산되는 가운데,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악화됐다”며 “특히 최저임금과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이 빠른 속도로 상승해 실업급여 하한액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이다.
정부와 여당은 실업급여의 임금 보장성이 높아 재취업에 나서느니 실업급여를 받고 쉬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고 의심한다.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수급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취업한 비중은 2013년 34%에서 지난해 28%로 낮아졌다는 통계도 있다. 노동계나 학계에서도 실업급여 하한액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대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실업급여 증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대량 실업의 영향이 크고(고용정보원 보고서), 노동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줄었기 때문(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업급여가 취업시장 악화의 충격을 완화할 안전망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처럼 양론이 있는 상황에서 이 차관이 실업급여의 순기능은 언급하지 않고 부정적 면만 선택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면면을 두고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 6명 가운데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미래노동시장연구회 위원), 박철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미래노동시장연구회 위원),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고용부 고용정책심의회 위원) 등은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일했다. 김문정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자다. 정부에 강력히 쓴소리를 하거나 실업급여 수급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계 출신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출신인 장재원 변호사 한 명에 그친다.
간담회가 끝난 후 고용부가 공개한 내용에도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박철성 교수는 △구직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을 조정하고 △실업급여 수급조건을 강화하며 △실업급여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권혁 교수는 “유럽의 선례를 보더라도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일자리로 유도해 일을 통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실업급여 본래의 목적에도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반면 장재원 변호사는 소득급여 하한액 및 상한액을 오히려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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