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100m 허들 '금·은' 중국 선수 포옹
우연히 '6·4' 연출... "하필 경기도 국경절"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린위웨이(왼쪽)가 은메달을 딴 자국 동료 우옌니와 트랙 위에서 포옹하고 있다. 항저우=AP
중국 관영 매체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경기에서 나란히 금·은메달을 따낸 자국 선수들의 사진을 삭제하는 일이 생겼다. 해당 사진이 중국에서 언급이 금지된 '6·4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상징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 직후 금메달을 딴 중국 린위웨이는 은메달리스트인 자국 동료 우옌니를 트랙 위에서 포옹했다. 중국 선수들끼리 금·은메달을 나란히 딴 뒤 포옹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은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TV(CCTV))의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계정 등에 올라왔지만, 약 한 시간 뒤 완전히 삭제됐다.
사진 속 선수들은 공교롭게도 유니폼에 숫자 6과 4를 달고 있었다. 6번 레인에서 뛴 린위웨이가 숫자 6을, 4번 레인에서 뛴 우옌니가 4를 단 채 서로 포옹했다. '6·4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른바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시민을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하며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으로, 중국에선 입에 올려선 안 되는 금기어로 통한다.
게다가 이 경기는 중국의 국경절(10월 1일)에 열렸다. 이를 두고 CNN방송은 "10월 1일은 중국 당국이 항의 시위 등을 특히 경계하는 민감한 날"이라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SCMP는 "해당 사진에 대한 분명한 검열은 홍콩의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 LIHKG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우옌니는 이후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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