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대법 "국민 기본권 침해해 위헌·무효"
박정희 정권 당시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트렸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60대 남성이 47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4일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조모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했고, 법원이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1976년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했다는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돼 복역했다.
1975년 5월 박정희 정권이 선포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로, 위반 시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등 형량이 무거웠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할 때까지 4년 이상 효력을 발휘해, 이 조치로만 800여 명의 지식인과 학생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2013년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무효"라는 결정을 잇달아 내렸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7년 만에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를 명백한 위헌·무효인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긴급조치 발령부터 수사 및 기소·재판 등 일련의 과정 전체를 국민의 기본권 침해 행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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