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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문제로 경찰과 몸싸움” 이란 16세 소녀, 혼수 상태... 제2의 아미니 사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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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문제로 경찰과 몸싸움” 이란 16세 소녀, 혼수 상태... 제2의 아미니 사태 되나

입력
2023.10.04 18:30
수정
2023.10.04 18:4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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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서 갑자기 쓰러진 아르미타 가라완드
인권단체 "도덕경찰이 히잡 단속 중 폭행" 폭로
이란 정부 "폭행 없었다" 해명에도 의혹 확산

이란 10대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16·왼쪽)의 모습과 지난 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지하철 객차 안에서 쓰러진 그를 동행 2명이 승강장 밖으로 들어 옮기는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 3일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가 공개한 사진으로, 빨간 원이 그려진 오른쪽 장면은 이란 국영 매체 IRNA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헹가우 홈페이지 캡처

이란 10대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16·왼쪽)의 모습과 지난 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지하철 객차 안에서 쓰러진 그를 동행 2명이 승강장 밖으로 들어 옮기는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 3일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가 공개한 사진으로, 빨간 원이 그려진 오른쪽 장면은 이란 국영 매체 IRNA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헹가우 홈페이지 캡처

이란의 16세 소녀가 히잡 착용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장 단속 업무를 하는 ‘도덕경찰’한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부터 이란 전역을 들끓게 만든 이른바 ‘히잡 시위’를 촉발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 의문사 사건 이후 1년여 만에 유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노르웨이 기반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아르미타 가라완드(16)와 관련, 구체적 경위가 담긴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1일 테헤란 쇼하다역에서 일어났다. 가라완드는 일행 2명과 지하철을 탑승한 직후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파즈르 이란공군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가라완드가 돌연 쓰러지게 된 원인을 두고 논란이 번졌고, 이를 취재하려던 기자가 2일 병원을 지키던 보안군에 몇 시간 구금됐다가 풀려나는 일까지 발생하며 의혹이 확산됐다. 이란 정부는 가라완드 가족의 면회까지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헹가우가 해당 보고서를 인용해 “지하철 내부에서 히잡 착용 문제 때문에 (도덕경찰의) 폭행이 있었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헹가우는 “도덕경찰은 가라완드가 히잡을 적절히 착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뒤이어 심각한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건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진 않았다.

정부 "폭행 없었다"지만… 의혹 일파만파

지난해 10월 26일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 40일째를 맞아 이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 위치한 아미니 묘소 근처에 반정부 시위대가 몰린 가운데,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차량 위에 올라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사케즈=AF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6일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 40일째를 맞아 이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 위치한 아미니 묘소 근처에 반정부 시위대가 몰린 가운데,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차량 위에 올라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사케즈=AFP 연합뉴스

이란 정부는 폭행 의혹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국영 IRNA통신은 지하철 운영사 관계자를 인용해 “경찰과 (가라완드 간) 다툼이 있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사건 당시 지하철역 승강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가라완드는 저혈압으로 쓰러진 뒤 열차 객실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관영 파르스통신도 “이번 사건은 단순 사고였다”고 얘기하는 가라완드 부모의 인터뷰 영상을 보도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IRNA가 공개한 영상은 열차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 주진 않는다”며 “과거에도 이란 정부는 (사건 당사자) 가족의 강제 인터뷰를 공개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독립매체 ‘이란와이어’는 “가라완드의 병원 이송 때 ‘지하철에서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진 환자’라는 (제3자의) 얘기를 들었다”는 의료계 소식통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이란에선 지난해 9월 아미니 의문사 사건 이후 ‘히잡 거부’를 상징으로 내세운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왔다. 정부는 시위 시작 석 달 만에 “도덕경찰을 폐지하겠다”며 유화책을 폈지만, 결국 지난 7월부터 도덕경찰 활동이 재개됐다. 반정부 시위 강경진압으로 537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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