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신규 채권 금지 이어 총수 구금
'부동산 시장 거품 걷어내기' 기조 유지
중국 부동산 시장을 흔들어서라도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의지가 재확인됐다.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론의 진원지인 헝다그룹(에버그란데) 창업자인 쉬자인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를 구금시키는 철퇴를 내리면서다. 이로써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의 회생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중국 경제의 부동산 리크스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헝다,시진핑의 부동산 개혁 의지 과소평가"
쉬 회장 구금 사실은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헝다 자금 관리 총괄인 쉬 회장의 둘째 아들 쉬텅허, 헝다와 금융 자회사 소속 전·현직 임직원들도 구금됐다. 쉬 회장은 개인 자산을 해외로 불법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중국 정부는 민간 경제 신뢰도에 대한 잠재적인 타격에도 불구하고 쉬 회장 구금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는 (정부 눈 밖에 난) 대기업들을 그냥 놔두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헝다 파산 위기를 두고 "내수 경제 추가 악화를 우려하는 중국 정부가 손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 오르내렸지만 빗나간 셈이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의 편집장을 지낸 덩위원은 SCMP에 "헝다는 부동산 거품을 줄이겠다는 시 주석의 정치적 결단을 완전히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쉬 회장 구금은 헝다의 구조 조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헝다는 317억 달러(약 42조 원) 규모의 역외 채권 재조정을 위한 채권단과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신규 채권을 발행해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중국 정부는 정보 공시 위반 혐의를 걸어 신규 채권 발행을 막고 쉬 회장의 손발을 묶었다. 경기 침체 장기화를 감수하고 부동산 시장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자산 해외 유출에 괘씸죄..."예전의 헝다는 없을 것"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 안팎에는 시 주석의 부동산 시장 규제 기조가 약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2021년부터 이어진 규제로 내수 하락을 초래하는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 포함됐던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올해 7월 발표문에서 삭제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 부동산 시장 부양 정책이 잇따라 발표됐다.
중국 정부가 예상을 깨고 헝다에 철퇴를 내린 것은 '부동산 거품 빼기'라는 시 주석의 큰 그림이 유효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CMP는 "금융 위험 억제는 지난 10년간 시 주석의 주요 정책이었다"면서 "중국은 일부 대기업이 은행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해외 자산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관행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미운털이 박힌 헝다의 해외 자산 이전 혐의가 '괘씸죄'를 샀을 것이란 의미다.
덱스터 로버츠 미국 몬태나대 맨스필드센터 중국 담당 국장은 영국 BBC방송에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중국 정부가 헝다를 살려둘 순 있지만 기업 규모는 현저히 축소될 것"이라며 "예전의 헝다는 이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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