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테디'에 이어 최근 임보하던 '차차' 입양
"품종, 덩치, 보호자 구분하는 편견부터 사라져야"
최근 반려인들 사이에서 반려문화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는 이가 있다. 반려견 '테디'에 이어 최근 임시보호 중이던 강아지 '차차'를 입양한 배우 이기우(41)다. 그는 대형견, 믹스견에 대한 차별부터 무늬만 '펫 프렌들리(반려견 친화적)'인 공간, 강아지 공장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반려인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임시보호뿐 아니라 해외이동봉사 등을 하며 유기동물 돕기에 앞장서 온 그가 최근에는 동물권행동 카라가 개최하는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의 홍보대사인 '애니멀프렌즈'로 위촉됐다.
이기우는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린 위촉식 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기견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사람들에게 당장 편견을 버리라고만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그분들에게 펫숍의 이면, 지옥 같은 모습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반려견 떠나 보내고 유기동물에 관심 높아져
이기우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반려견을 키운 적은 있지만 주 보호자가 된 건 2007년 셰틀랜드 시프도그 '루키'를 입양하면서부터다. 당시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개의 새끼를 분양받았다. 유기견과 펫숍의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시절이다. 그는 "루키가 우리 가족들에게 준 게 너무나 많았다"며 "당시 반려견 건강정보 등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탓에 해준 게 없어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컸다"고 회상했다.
루키는 2018년 열한 살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쇼크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오랜 기간 투병을 하던 부친이 세상을 떠난 다음 해였다. 미안한 마음이 컸던 만큼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펫로스)의 아픔도 컸다. 이기우는 "만일 개를 다시 키운다면 도움이 필요한 개를 입양해 루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유기견에 대한 관심이 생긴 이후에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기우는 매일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을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됐다. 일어나자마자 또 잠들기 전 매일 유기동물 현황도 확인하고, 새로 올라온 유기동물 소식을 찾아봤다. 입양을 위해 몇 번을 망설이다 보호단체나 임시보호자 등에 연락을 했지만 1인 가구라는 점 때문에 입양 조건에서 밀렸다. 그러던 중 지방자치단체 보호소 공고에 올라온 갈색 털의 믹스견을 발견했다.
"강아지 혼자 산동네와 주택을 어슬렁거리다가 배가 고팠는지 쓰레기봉투를 뒤지다 포획돼서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온 것 같더라고요. (믹스견은 어려도 입양률이 높지 않다) 뽀시래기였는데 (보호소 내에서 안락사를 당하거나, 다른 보호시설로 이동하기 전) 입양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기우는 '테디'(3세)를 입양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디만의 계정을 만들었다. 이 계정의 특징은 진짜 테디가 운영하는 것처럼 테디의 입장에서 쓰인다는 점이다. 그는 "처음에는 이 계정이 유명해질 줄 몰랐다"며 "오롯이 테디의 입장을 이해하고 싶어서 만들었고, 테디의 시점으로 바라보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소개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무늬만 반려견 친화적 공간도
테디의 입양은 이기우에게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먼저 그는 대형 믹스견을 기르면서 겪은 편견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뿐 아니라 임시보호, 해외이동봉사 등을 실천하면서 얻은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또 반려인들과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그에게 억울한 일을 제보하거나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이들도 늘었다.
특히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테디와의 해외여행이었다. 이기우는 "미국에도 유기견이 있는데 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태워 데려갈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며 "미국 내 우리나라 유기견을 입양 보내는 단체를 인터뷰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현지 사정상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알게 된 점은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유기견은 폭력성이 심해 입양이 어려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입양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기우는 "미국 내에서는 펫숍이 불법인 주도 있고, 분양을 하더라도 기준이 까다롭다"며 "분양뿐 아니라 동물병원비도 비싸기 때문에 펫숍 동물을 입양하기 어려워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신 반려동물에게는 너무나 친절한 문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미국의 '펫 프렌들리' 문화는 어떤지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호텔이나 식당 등 대부분의 공간에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기우는 국내에서도 '펫 프렌들리'라며 반려견 친화를 내세우는 공간들이 늘고 있지만 일부는 무늬만 친화적이라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반려견 동반이라고 하면 테디와 검증하러 가본다"며 "실제 가보면 소형견만 입장 가능하다든지, 가방이나 유모차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든지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견도 반려견"이라며 "품종, 덩치를 나누고, 본인들에게 편한 동물만 '펫'이라고 여기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개식용은 그만, 견종, 덩치에 따른 차별문화 바뀌었으면... "
이기우는 지난여름에는 테디와 닮은 강아지 '제리'를 임시보호하면서 입양까지 보냈다. 그는 "임시보호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해 주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람 있는 일임을 알게 됐다"며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부인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리를 보내고 울었는데 이후 사정이 딱한 아이가 또 눈에 들어왔다"며 "같이 생활해 보니 보낼 때 어떨지 또 상상이 되면서 차차를 입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임시보호와 입양 모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먼저 제리는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였고, 사람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차차는 워낙 활발한 성격에 배변 교육이 되어 있지 않아 카펫을 수시로 빨아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임시보호를 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공부도 하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관련 정보를 많이 알게 됐다. 또 입양 역시 테디가 차차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테디와 차차는 모두 진도믹스이면서 대형견이다. 이기우가 이른바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입양 가기 힘든 개들을 입양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그와 부인 역시 대형견에 대한 편견을 겪어야 했다. 그는 "성인 남자들과 달리 여자와 약자가 반려견, 특히 대형견을 데리고 다닐 때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 화가 난 적이 있다"며 "개와 보호자를 차별하는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우는 그러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책임도 언급했다. 그는 "똥을 안 치우고 가는 모습에 저도 화가 나는데, 심지어 개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더할 것"이라며 "반려인과 반려견이 존중받으려면 먼저 매너를 잘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반려견 배변 이후 물을 뿌려 희석하는 '매너보틀챌린지'도 독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개식용 문제에 대해 물었다. 이기우는 "개식용이 고유문화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 그릇된 문화라면 당연히 없애야 하는 게 맞다"며 "국내외에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이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건강뿐 아니라 환경적 관점에서도 개뿐 아니라 육식을 줄여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산 엑스포 유치에 열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개식용 문화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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