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 미 법무부 증인 자격 출석
검색시장 불공정 비판... "압도적 이용→독점 강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법정에서 인터넷 업계 최대 라이벌인 구글의 시장 독점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측 증인 자격으로 출석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구글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검색엔진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해 왔고, 이런 지배적 지위를 발판 삼아 향후 인공지능(AI) 시장까지 장악할 위험성이 크다는 게 나델라 CEO 주장의 요지다.
미 법무부 "구글, 기본 검색엔진 탑재로 90% 점유율"
구글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구글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탑재하도록 함으로써, 해당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기본 탑재의 대가로 최대 70억 달러(약 9조5,090억 원)를 애플 측에 지불했고, 이는 반독점법을 어긴 것이라는 게 미국 정부 판단이다.
2020년 미 법무부의 소송 제기로 시작된 이번 재판은 '20세기 말 MS 사례 이후 가장 중요한 반독점 소송'으로 불린다. 1998년 MS는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웹브라우저)를 기본 탑재시키는 방식으로 경쟁업체들의 브라우저 시장 진출을 막았다는 이유로 제소됐고,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으로 소송전을 끝냈다.
'정부 측 가장 유명한 증인' 자처한 나델라 CEO
나델라 CEO는 이날 미 법무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MS와 구글은 검색엔진, 웹브라우저, 클라우드(가상서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쟁해 온 라이벌 관계다. 그의 재판 출석 자체만으로도 비상한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가 내세운 가장 유명한 증인"이라고 전했다.
증인석에 앉은 나델라 CEO는 작정한 듯, 구글을 직격했다. 그는 "검색엔진 시장에 진정한 선택권이 있다는 개념은 '가짜'"라며 "이용자가 기본 검색엔진을 바꿀 수 있더라도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초 특정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얘기였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선 검색 시장을 '가장 큰 비행금지 구역'으로 보고 있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구글의 아성이 워낙 견고해서 MS의 '빙'과 같은 경쟁 서비스가 새로 진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MS는 지난 2월 구글보다 먼저 챗GPT의 AI 모델을 빙과 결합했으나, 여전히 점유율은 3%에 그친다. "(구글의) 압도적인 이용률이 검색 결과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높은 이용률을 견인하는 악순환 탓"이라는 게 나델라 CEO의 주장이다.
"AI 시대엔 구글과 경쟁 더 어려워질 것"
이날 MS의 수장이 날 선 공세를 편 건, 현재 구글의 검색시장 지배력이 빅테크(주요 기술기업)들의 차세대 전장인 '생성 AI 시장'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델라 CEO는 "구글이 갖고 있는 유통상 이점은 (AI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AI 시대엔 구글과의 경쟁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검색, 유튜브 등에서 쌓은 데이터를 자사 AI 교육에만 독점 제공할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AI 경쟁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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