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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밤 악취 못 잡고 ②농도에만 집착 ③행정 협조 부족... 꽉 막힌 냄새관리

입력
2023.10.05 16: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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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규정 탓 야간·새벽 실측 저조
농도 낮으면 통과... 현실 반영 한계
중앙정부-지자체 자료 공유도 안 돼
민원 해소는커녕 점점 쌓일 수밖에

편집자주

전국 곳곳에서 '후각을 자극해 혐오감을 주는 냄새', 즉 악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악취 민원은 무수히 쌓이는데 제대로 된 해법은 요원합니다. 한국일보는 16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국내 실태 및 해외 선진 악취관리현장을 살펴보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출구전략까지 담은 기획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12일 제주 제주시 노형동에서 제주시 애월읍 양돈농장으로 인해 악취 피해를 겪고 있는 인근 주민 7명을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제공

한국일보가 지난달 12일 제주 제주시 노형동에서 제주시 애월읍 양돈농장으로 인해 악취 피해를 겪고 있는 인근 주민 7명을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제공

악취 현장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국내 악취관리 시스템이 심각한 민원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공무원이 일하지 않는 밤엔 악취 포집은 물론 실측도 어렵다. 뿜어내는 냄새의 '농도'만 낮으면 검사 후 기준치 통과에 아무 문제가 없고, 지자체 관리가 부실해도 중앙정부가 손쓸 방법이 없다. 이러니 민원이 해소되긴커녕 쌓여만 간다.

전국 86곳이 새벽 악취 호소하는데...

악취관리지역이나 민원다발지역 규제를 위한 실측은 일선 시·군·구의 시료 채취로 시작한다.주)1 악취방지법은 악취 배출로 환경오염 피해 가능성이 있을 경우 실시하는 검사에선 시료를 채취할 때 관계공무원이 입회하도록 정하고 있다.주)2 문제는 새벽이나 밤에 나는 냄새다. 새벽 시간대나 야간에 공무원 없이 채취한 시료는 규제 수단으로 쓰지 못한다. 그만큼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4, 5년 전 지역 단위 악취관리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주도했던 한 보건환경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일부 지자체가 실측 강화 목적으로 시료 원격포집 장치를 현장에 달아놨지만, 이 역시 관계공무원이 입회해야 규제 목적의 시료 채취 요건이 갖춰진다"고 했다.

실제 새벽 악취 민원은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일보가 확보한 전국 악취의심지역 민원 자료 등을 살펴보면, '새벽 악취'란 단어가 명시된 민원만 최근 5년여간 제주를 제외한 전국 86개 시군구에서 1,459건 접수됐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까지 고려하면 야간과 새벽 민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악취 현장에서 포집된 시료는 48시간 내에 관할 보건환경연구원 등 악취검사기관으로 이송돼 단계적으로 희석(중화)된다. 검사기관의 연구사들은 희석한 시료를 담은 주머니와 아무 냄새가 없는(무취) 주머니의 냄새를 구분해 맡아 본다. 통상 냄새 원인 시설이 있는 부지의 경계에서 모은 시료는 15~20배를 희석했을 때 냄새가 나지 않으면 '기준치 적합'이다. 악취가 아니라고 판정된다는 얘기다. 냄새 배출구에서 바로 모은 시료는 같은 판정을 내리는 희석배수가 500~1,000배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총량 고려하거나 기준치 높여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검사 방식이 냄새 물질의 '농도'만 볼 뿐 '총량'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류희욱 한국냄새환경학회장은 "아무리 많은 양의 악취를 배출해도 단위 시료의 농도만 낮으면 기준치를 통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선 악취 기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원을 접수하고 실측을 해도 기준치 적합 판정이 나오면 사실상 규제 방법이 없어서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각 지자체로부터 받은 '전국 악취 민원에 따른 실측 결과' 원자료를 봐도, 5년여간 실측한 3만3,125건 중 79.1%인 2만6,224건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은 4,989건에 불과하다. 냄새 때문에 못 살겠다고 제기한 민원에 대해 검사 10건 중 8건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는 특정 사업체에 대한 악취 민원이 5년여간 760건이나 접수됐는데, 48차례 실측 결과 42건은 적합 판정이 나왔다. 이 지자체 관계자는 "적합이 나오면 행정처분을 할 수 없어 해결에 어려움이 많다. 현장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악취 실측 절차. 그래픽=송정근 기자

악취 실측 절차. 그래픽=송정근 기자

시료 포집부터 검사 기준까지 이렇게 구멍이 뚫려 있지만 중앙정부는 알 길이 없다. 관할 지자체에 상세 자료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악취방지법에 따라 매년 지자체별 악취 민원 및 조치 결과 자료를 취합해 관리 중"이라면서도 "개별 사업장 등의 악취 측정 결과는 관할 지자체가 관리한다"고 선을 그었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악취 민원 관리(1단계), 악취 검사와 모니터링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1단계도 완료하지 못했다. 검사 및 모니터링 시스템은 2년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 시스템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도 내년에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랙티브] 전국 악취 지도 '우리동네 악취, 괜찮을까?'

※ 한국일보는 2018년 1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 및 세종시가 접수한 악취의심지역 민원 12만 6,689건과, 이 민원에 대응해 냄새의 정도를 공식적으로 실측한 데이터 3만 3,125건을 집계해 분석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가 사는 곳의 쾌적함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위 URL이 열리지 않을 경우 링크를 복사하세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00420087210963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1 주)
채취는 악취가 발생하는 지점의 부지경계선 또는 냄새 배출구에서 이뤄지고, 지자체에선 시료확보와 함께 이를 시료채취기록부에 기재.
2 주)
악취방지법 17조 3항 3호 "환경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대도시의 장은 관계 공무원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제18조에 따른 악취검사기관의 소속 직원에게 제1항에 따른 시료의 채취를 하게 할 수 있다."
윤현종 기자
이현주 기자
오지혜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문예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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