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백호 선수 보호하기

입력
2023.10.04 15:00
26면
0 0

‘껌 사건’ 이후 과도한 비난 타깃 돼··· 날개 꺾인 ‘천재 타자’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강백호 선수의 모습(왼쪽). 지난 6월 강백호에게 프로야구 10개 구단 팬들이 돈을 모아 선물한 커피차. 서로 아웅다웅하는 프로야구 전 구단 팬들이 함께 뭉친 건 드문 일이다. 연합뉴스·SNS 캡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강백호 선수의 모습(왼쪽). 지난 6월 강백호에게 프로야구 10개 구단 팬들이 돈을 모아 선물한 커피차. 서로 아웅다웅하는 프로야구 전 구단 팬들이 함께 뭉친 건 드문 일이다. 연합뉴스·SNS 캡처

2021년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강백호(KT 위즈)는 역전 적시타를 쳤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병살타 2개에 5타수 무안타였다. 그런데 패배 후, 대중은 강백호를 비난하고 이정후를 칭송했다. 강백호가 껌을 ‘보기 싫게’ 씹었고, 이정후는 펜스를 짚고 괴로워하며 ‘투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 당시 22세의 어린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잠시 껌을 험하게 씹은 대가는 컸다. 한 신문은 강백호를 심지어 전두환의 태도와 비교하는 만평을 실었다. 강백호는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5할을 치며 활약했으나,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아웃되며 집중 비난을 받았다. 프로야구 경기 중 실책은 자주 나오는데도, 지난 5월 그가 송구미스를 저지르자 건수 잡기식의 비난 보도가 쏟아졌다.

□ 그럴 때마다 강백호는 “죄송하다”며 사과를 거듭했다. ‘껌 사건’ 직후엔 검은 마스크를 쓰고 리그 경기에 나왔다. 강백호에 대한 과한 비난에 대해, 한 스포츠 전문기자는 “강백호가 ‘미디어 프렌들리’하지 않아서”라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기자에게 친절하지 않아서 비난 기사가 많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강백호는 어린이 팬들의 사인 요구를 거부한 적이 없을 정도로 팬들에겐 친절하고 인성 좋은 선수로 유명하다.

□ KT 위즈는 신생 구단이고 상대적으로 팬이 많지 않다. 그래서 언론이 강백호를 쉽게 클릭수와 국민적 화풀이 유도의 ‘먹잇감’으로 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팬이 많은 인기구단 소속이면 아무래도 눈치를 본다. 특정 해설위원도 강백호의 껌 씹는 모습만으로 단정적 질책을 했고 비난여론을 증폭시켰다. 도쿄올림픽 전까지 4할 타율에 육박했던 ‘천재 타자’ 강백호는 마음고생과 부상을 겪으며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상 최초로 10개 구단 야구팬들이 연합해 그에게 응원의 커피차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시안게임 기간이다. 그 어떤 선수도 함부로, 그리고 과도하게 비난받지 않았으면 한다.

이진희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