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말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핵무기 개발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과 핵타격 수단의 다종화 및 실전 배치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 연대를 가일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불가역적 핵보유국 지위’를 공표한 데 이어 이번에 국가최고법인 헌법까지 고쳐 핵무력 정책을 못 박은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사실상 핵무기 개발을 국가 정책으로 영구 추진하겠다는 선언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뒤흔드는 것은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원천 차단하는 것이어서 우려된다. 그동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온갖 도발을 일삼아온 북한이 ‘세계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밀착하겠다는 것도 자가당착이자 적반하장이다.
북한이 막무가내 핵무장의 길로 나간다면 우리로선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 사회와 함께 규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가 곧바로 북한의 핵 야욕을 비판하고, 한미일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공동발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건 결국 북한이 자초한 셈이다.
이러한 때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의미는 남다르다.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 서명으로 시작된 한미동맹은 그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걸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고,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양국이 핵 운용을 공동 기획 협의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북한이 핵무력을 헌법에 명시한 이상 이제 한미동맹도 지속성을 갖추는 게 중요해졌다. 한미 양국에서 어떤 정파의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동맹이 흔들리는 일은 없도록 지속성을 담보할 장치가 강구돼야 한다. 물론 늘 살아 움직이는 외교를 한 나라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현명하지 않은 만큼 한중·한러 소통의 빈도와 수준을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신냉전 구도를 깨뜨리기 위해서도 입체적 외교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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