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개원일, 의사당 인근서 테러 시도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 PKK, 배후 자처
큰 피해는 없어… PKK 근거지에 보복
튀르키예 가을 의회 개원일에 수도 앙카라의 의사당 인근에서 폭탄 테러 시도가 발생했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앙카라에서 테러 시도가 벌어진 건 7년 만이다. 튀르키예군은 이 사건 배후를 자처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 근거지를 향해 12시간 만에 보복 공습을 퍼부었다. 튀르키예와 쿠르드족 간 뿌리 깊은 적대감이 또다시 '피의 악순환'을 부를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 앙카라의 내무부 청사 입구에서 PKK 일원으로 추정되는 일당 2명이 폭탄 테러를 시도하다 현장에서 사망했다. 두 사람은 튀르키예 중부 도시 카이세리에서 시민 한 명을 살해해 차량을 탈취한 뒤, 약 260㎞를 달려 앙카라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튀르키예 내무부는 "1명은 PKK 소속이고, 나머지 1명도 신원을 파악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찰관 2명 부상… "생명에 지장 없어"
다만 테러 공격은 실패했다. 용의자 한 명이 내무부 청사에 작은 폭발물을 던졌으나, 별다른 피해를 입히진 못했다. 이후 그는 청사 건물로 달려가던 중 경비를 서던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다른 용의자는 경찰관에게 총격을 가한 뒤 자폭했다. 튀르키예 내무부는 "경찰관 두 명이 다쳤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내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자치권 확대 등을 요구하는 PKK는 배후를 자처했다. 1984년 튀르키예와 전쟁(4만 명 사망)까지 치렀던 PKK는 2015년부터는 수십 건의 폭탄 테러를 자행해 왔다. 지난해 11월 이스탄불 번화가에서도 PKK의 테러로 6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쳤다. 수도 앙카라 내 테러 시도는 2016년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차량 폭탄 테러 공격 이후 7년 만이다.
에르도안 "마지막 한 명까지 제거"
이번 테러 공격 시도는 지난 석 달간 여름 휴회를 끝낸 튀르키예 의회가 이날 가을 회기를 시작한 상황을 맞아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회 개원 연설도 계획돼 있었다. 튀르키예 의사당은 테러 시도 장소인 내무부와 불과 200~300m 떨어져 있다. 테러 시도 몇 시간 후 개원식은 예정대로 열렸고, 에르도안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이번 공격은) 테러 조직의 최후의 소란"이라며 "마지막 테러리스트가 제거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복 선언은 곧바로 실행됐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오늘 오후 9시 이라크 북부 PKK 근거지에 공습을 가해 총 20개의 목표물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군은 2016년부터 폭 30㎞ 규모의 '테러 완충 지대'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북부 국경 도시를 점유하고 있으며, 무장 세력을 사살하는 군사 작전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이스탄불 테러 후에도 이라크 북동부 PKK 기지를 공중 타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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