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인한 심신미약 범행 주장하며 항소
재판부 "인지·지적능력 부족함 없어" 기각
수원법원청사 전경. 법원 제공
부모가 외계인과 뱀처럼 보인다는 망상에 빠져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여성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 박선준)는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기소된 A(32)씨와 검찰이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15년, 치료감호 및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21일 오후 5시 22분부터 2시간여 동안 경기 군포시 한 주택에서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 누워 있던 계부 B(사망 당시 65세)씨의 복부와 가슴 부위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는 이를 말리던 친모 C(사망 당시 57세)씨를 향해서도 흉기를 휘둘렀다. 얼굴과 목 등을 여러 차례 찔린 친모도 사망했다.
A씨는 경찰에 “아빠가 외계인으로 보였고, 엄마는 뱀처럼 보였는데 누가 죽이라고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어린 시절부터 B씨가 친모를 자주 폭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 마음 속에 불만이 쌓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씨는 2015년 이혼 후 만난 새 남자친구에게 1억 원을 대출받아 빌려주고 받지도 못한 채 헤어지게 되자 정신적 충격 등으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으며, 한 달 정도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며, 존속살해죄는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ㆍ반사회적 범죄로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양극성 정동장애 등으로 인해 망상에 사로잡혀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A씨 측은 쌍방 항소했다. A씨 측은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정신분열증에 의한 망상 등에 지배돼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전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현실검증력 등이 일부 손상되고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신과 전문의 정신감정 등에 의하면 인지능력과 지적능력에 있어 큰 부족함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계부를 간병하느라 친모인 피해자가 힘들어 했다는 등 계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반복해 드러내는 등 심신미약 상태를 넘어 완전히 결여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의 양형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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