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 임시예산안 하원 부결 두고
공화당 강경파 향한 내부 비판 거세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공화당 강경파를 향한 비판이 당 내부에서부터 나왔다. 29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통과되지 못하자 이를 막아선 21명의 강경파 의원의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하원 의회 본회의에서 임시예산안이 부결된 직후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졌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 뉴욕주 하원의원인 마이크 롤러는 기자들과 만나 “불행하게도 소수의 사람들, 특히 맷 게이츠라는 사람은 자신의 개인적인 의제를 무엇보다 우선시하기로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맷 게이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상정한 임시예산안을 반대한 핵심 인물이라고 CNN은 전했다. 재임 중 이미 연방정부 셧다운을 경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강경파를 지지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강경파를 설득하려 국방과 보훈, 재난 구호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정부 지출을 약 30% 삭감한 자체 예산안을 만들어 상정했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게이츠 의원 등 강경파가 셧다운을 계기로 매카시 의장을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지지 세력이 강한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공화당 의원으로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롤러 의원은 “게이츠 의원은 보수적인 공화당원이 아니다. 그는 돌팔이(Charlatan)”라면서 격앙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참전 영웅 출신 댄 크렌쇼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날 임시예산안 부결 직후 강경파를 향해 “그들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죽이고는 스스로를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부르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는 더 진보적인 예산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스티 존슨 사우스다코다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거버넌스를 방해하는 일종의 나르시시즘 같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꼬집었다.
“셧다운, 공화당에 정치적 불리”
매카시 의장의 임시예산안은 하원을 통과해도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을 넘을 가능성이 없었다. 다만 이 예산안은 상원과의 협상에서 매카시 의장의 ‘협상력’을 키워줄 수 있었다고 WSJ는 내다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의 대폭 삭감을 요구하는 하원의 공화당 강경파는 셧다운을 감수하고라도 주장을 관철할 태세다. 따라서 하원은 상원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상원은 30일 오후 6주간 적용할 임시예산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킬 계획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과는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만으로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과 셧다운을 피할 가장 간단한 방법이 민주당과 협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셧다운의 후폭풍은 공화당에 더 클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29%가 셧다운에 공화당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14%는 민주당, 13%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매카시 의원은 이에 이달 초 “셧다운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줄 뿐”이라고 경고했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도 “공화당의 정치적인 패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역시 ‘공화당 셧다운’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날을 세웠다.
미국의 현 2024회계연도 예산안 협상 마감 시한은 이달 30일 자정까지다. 이때까지 의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10월 1일부터 미 연방정부는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한 채 사실상 마비된다. 그러나 공화당이 내홍을 추스르지 못하면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지지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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