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햇살론뱅크 잔액 1.1%뿐
위험도 높으나 수익성 저조했던 탓
대출 적극적인 지방은행·인뱅 대조
"자금 공급부터 서민 친화적이어야"
프리랜서 김모(36)씨는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한 시중은행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다. 자격 요건을 갖췄는데도 명확한 설명 없이 햇살론뱅크 대출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햇살론뱅크는 새희망홀씨 등 정책금융상품을 6개월 이상 성실 상환하고 부채나 신용도가 개선된 저소득·저신용자가 최대 2,500만 원을 추가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의 보증 지원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에서 3년 혹은 5년 기간으로 대출해 준다.
김씨가 문제 삼은 부분은 시중은행의 불성실이었다. 대출 거절 사유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당 은행 직원에게 "다른 은행을 방문하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는 "시중은행이 무관심을 넘어서 햇살론뱅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며 "자격이 되는데도 대출이 안 돼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이 '서민의 금융 징검다리'인 햇살론뱅크를 도외시하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 과정과 번거로운 사후 조치에 반해 은행이 챙기는 이익은 적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정책금융상품 간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고 항변하나, 대형 은행이 '쉽고 안전하게 돈 버는' 상품에 집중하느라 서민금융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상당하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금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올해 햇살론뱅크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88억1,000만 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은행권 햇살론뱅크 대출 잔액(7,935억 원)의 1.1%에 그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별 대출 규모는 대동소이하게 적었다. KB국민은행이 21억9,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18억4,000만 원) △NH농협은행(17억1,000만 원) △하나은행(17억 원) △우리은행(13억7,0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이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월 말 기준으로 총 678조2,454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햇살론뱅크에 손을 놓은 셈이다.
햇살론뱅크가 시중은행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저신용·저소득층 정책금융상품인 탓에 위험은 높지만 이익은 낮다는 것이다. 실제 시중은행의 햇살론뱅크 평균금리는 연 5.9~8.1%로 법정 최고금리(연 20%) 대비 크게 낮다. 이러다 보니 햇살론뱅크 안내책자조차 비치하지 않은 지점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은행권 한 여신 담당자는 "서금원 보증서를 발급받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자도 낮다 보니 시중은행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며 "부실 시엔 사고 통지에 대위변제 절차도 거쳐야 하니 실상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귀띔했다.
반면에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은 햇살론뱅크에 적극적이다. 특히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의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전체 은행권의 66.6%인 5,281억7,000만 원에 달했다. 대구은행(1,826억 원)과 광주은행(695억9,000만 원)도 같은 기간 상당 규모를 대출해 줬다. 8월 햇살론뱅크를 출시한 토스뱅크도 한 달 새 1,151억 원을 공급했다. 이들 각각의 잔액이 시중은행 전체 합계보다 많다.
시중은행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은행별로 중점 취급하는 정책금융상품이 다른 데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은 추가 고객 유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햇살론뱅크 규모를 키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서민금융상품의 종류가 이미 상당히 많다"며 "햇살론뱅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햇살론뱅크 무관심을 향한 질타도 크다. 이자 수익으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어려운 서민을 위한 금융엔 인색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은행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며 "고신용 자산가 위주 영업에서 번 돈으로 사회 공헌을 하는 현재 구조에서 벗어나 자금 공급부터 서민 친화적인 영업 환경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 햇살론뱅크 확대가 바로미터(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햇살론은
저신용·저소득층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서민 금융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을 지원하는 대출상품으로 2010년 7월 출시됐다. 2016년부터는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상품에 따라 저소득·저신용 근로자의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근로자햇살론, 저소득·저신용자에게 연 15.9% 금리를 제공하는 햇살론15, 신용도와 부채 상태가 개선된 정책금융상품 성실 상환자에게 추가 대출을 내주는 햇살론뱅크, 저신용자의 신용카드 발급을 지원하는 햇살론카드 등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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