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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왜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파업 노조 피켓 라인에 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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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왜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파업 노조 피켓 라인에 섰나?

입력
2023.09.28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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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찾아 ‘피켓라인’ 합류… 노골적 구애
“급여 더 받을 자격”… ‘친노조’ 진정성 부각
중재자 포기… “경제 균열 가면 공화 먹잇감”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6일 미시간주 웨인카운티 벨빌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현장을 방문해 시위에 참가 중인 한 노동자와 주먹을 마주하며 인사하고 있다. 벨빌(미국 미시간주)=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6일 미시간주 웨인카운티 벨빌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현장을 방문해 시위에 참가 중인 한 노동자와 주먹을 마주하며 인사하고 있다. 벨빌(미국 미시간주)=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파업 현장을 찾아 노조에 구애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파업 노동자들과 나란히 피켓 라인에 섰다. 친노동자·친중산층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노사 갈등의 중재자 자리를 엄격하게 지켰던 전통을 깬 것은 부담이다. 내년 11월 대선의 유력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기 시작하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중산층이 미국을, 노조가 중산층을 건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산업 중심지 디트로이트와 가까운 미시간주(州) 웨인카운티 벨빌을 찾았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이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그는 격려 발언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켓 라인에 합류했다.

UAW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쓴 바이든 대통령은 성조기가 그려진 확성기를 들고 “월가(미국 금융 시장)가 이 나라를 건설한 게 아니다. 중산층이 이 나라를 건설했고, 노조가 중산층을 건설했다”라고 말했다. 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를 향해 “여러분은 지금 받는 돈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창출했고, 훨씬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파격적 행보였다. 에릭 루이스 미 로드아일랜드대 교수는 AP통신에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자신들을 (파업의) 중재자로 간주했고, 파업이나 노동자 측 행동에 개입하는 것을 제 역할로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노조가 강력했던 시대에 성년이 된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을 원래 뿌리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파업이 장기화하고 경제에 균열이 생기면 공화당이 피켓 라인에 선 바이든의 사진을 들고 ‘바이든이 부른 경기 침체’라고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차이 미시간 찾는 라이벌 ‘동상이몽’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빌의 한 무기상점을 찾아 이곳 대표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머빌=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빌의 한 무기상점을 찾아 이곳 대표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머빌=AP 뉴시스

이례적 행보는 노동자 표심을 노린 것이다. 미국의 양극화가 심해지며 내년 대선의 승패가 5개 안팎의 경합주에 의해 좌우될지 모른다는 예상이 나오는데, 그중 한 곳이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에 속하는 미시간주다.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마음을 붙잡아 이겼지만, 2020년엔 바이든 대통령이 웃었다.

노동자 15만 명이 소속된 UAW는 내년 대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내연차가 전기차로 대체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UAW는 걱정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UAW의 밥그릇을 빼앗아 중국에 주려 한다”며 이들을 자극하고 있다.

27일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시간을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루 먼저 선공을 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가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미시간에 가는 유일한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방문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비꼬고 “트럼프가 간다는 곳은 노조가 없는 공장 아니냐”고 백악관이 응수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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