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지역 아제르바이잔 장악에
‘인종 청소’ 우려 탈출 규모 늘어
주유소 폭발까지 겹쳐 혼란 가중
‘앙숙’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탈출한 아르메니아계 주민의 숫자가 3만 명으로 늘었다. 탈출 행렬을 덮친 주유소 폭발 사고의 인명 사망자도 125명으로 나타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정부는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나 들어온 아르메니아계 이주민은 2만8,120명이라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살던 아르메니아계 주민 수가 12만 명가량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이 지역을 장악한 이후 전체 인구의 4분의 1 가까이가 떠난 셈이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 자치정부 지도부는 “이 지역 아르메니아계 주민의 99%가 입국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르메니아계의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날 스테파나케르트 외곽의 한 주유소에서 연료 탱크가 폭발해 125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사고 당시 나고르노카라흐 아르메니아 자치정부는 사망자는 20명 이상, 부상자는 290명 정도라고 발표했으나, 사망자 규모가 급증했다. 부상자 가운데 위중한 환자들이 많아서다. 폭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피난 차량에 연료를 채우려고 주유소에 몰려 있다가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주민 대다수가 아르메니아인이지만,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에 속하게 됐다. 자치 정부를 세우고 독립을 선언한 아르메니아계는 러시아의 중재로 아제르바이잔과의 세력 균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아제르바이잔이 지뢰 폭발로 민간인이 사망했다면서 시작한 공격으로 이 지역을 사실상 장악했다. ‘인종 청소’를 우려한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탈출하고 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유라시아 수석 학자 안나 오하얀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제르바이잔에 반기를 드는 이들에게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르메니아계가 떠나지 않고, 아제르바이잔을 거부한다면 그건 기본적으로 자살 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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