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늘 '마지막' 생각하며 치열하게 연기하는 이현욱 [인터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늘 '마지막' 생각하며 치열하게 연기하는 이현욱 [인터뷰]

입력
2023.09.27 14:01
0 0

'도적: 칼의 소리' 이현욱, 최연소 일본군 소좌 이광일 역으로 열연
이현욱의 깊은 고민 "친일파 미화하고 싶지 않았다"

이현욱이 '도적: 칼의 소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현욱이 '도적: 칼의 소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이현욱은 후회 없이 일하고 연기에 정말 흥미를 잃었을 때 떠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중이다. "배부른 소리"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해 친구들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다.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품에 임하는 이현욱 덕에 그가 그려낸 캐릭터는 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도적: 칼의 소리'도 마찬가지다. 이현욱은 이윤(김남길)이 모시던 도련님이자 최연소 일본군 소좌 이광일 역을 맡아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현욱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도적: 칼의 소리'는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활극이다.

이광일의 딜레마

이현욱이 '도적: 칼의 소리'의 이광일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현욱이 '도적: 칼의 소리'의 이광일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현욱이 연기한 이광일은 친일을 하며 살아간다. 이현욱은 "작품을 가볍게 보시는 분들도, 밀도 있게 보시는 분들도 계실 거다.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며 작업했고 (친일파를) 두둔하거나 미화하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본 이광일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딜레마를 갖게 된 인물이다. 이현욱은 "이광일은 항상 딜레마와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겁도 많다. 겁이 많은 사람들이 화를 잘 내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뭔지도 모르고, 혹은 기회주의적인 생각으로, 가진 걸 잃기 싫어서 (친일을) 선택했겠지만 딜레마가 있는 인물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다.

'도적: 칼의 소리' 속 이광일은 점점 샤프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작업을) 하면서 살이 빠졌다. 감독님께서 '더 날카로워졌다. 광일에 더 맞을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이야기했다. 더욱 날렵해진 얼굴은 이광일의 예민한 성격을 보여줬다. 이현욱은 멋지게 보이려는 노력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멋에 엄청나게 신경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면 우려했던 미화처럼 될 수 있지 않나"라는 게 이현욱의 설명이다. 그의 일본어 연기 역시 '도적: 칼의 소리'에서 시선을 모으는 지점이다. 이현욱은 대학생 시절 일본에 1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본에 머물렀다. 당시의 경험은 일본어 연기에 도움을 줬다. 이현욱은 일본인 특유의 억양을 빼고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어를 하는 듯한 느낌을 안기기 위해 노력했다. 오오카 역할을 소화한 재일교포 정무성은 그에게 도움을 줬다.

'도적: 칼의 소리'로 만난 김남길·서현

이현욱이 '도적: 칼의 소리'로 만난 김남길 서현을 언급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현욱이 '도적: 칼의 소리'로 만난 김남길 서현을 언급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현욱이 김남길 서현과 만들어낸 호흡은 '도적: 칼의 소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이현욱은 "겁이 났다고 해야 하나. 다양한 작품을 하고 유명한 선배인 김남길 형과 인간적으로 코드가 맞지 않았을 때 오는 피로감이나 부담감이 있을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남길은 이현욱에게 먼저 다가갔고 연기의 방향성도 많이 제시해 줬다. 두 사람은 함께 상의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이현욱은 "나중에는 선입견을 가졌던 게 미안할 정도로 도움을 받고 영향을 받았다. 좋은 선배이자 형을 얻은 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서현은 이현욱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이현욱은 서현과 관련해 "열심히 몸을 던져 연기하더라. 뭔가 상의했을 때 이해하는 게 빨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하다. (서현과의 호흡이) 좋은 경험이었던 듯하다. 같이 할 때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이현욱은 '도적: 칼의 소리' 촬영장이 항상 재밌었다는 말로 동료들을 향한 애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현욱과 연기의 만남

이현욱이 과거를 회상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현욱이 과거를 회상했다. 넷플릭스 제공

늘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현욱이지만 그와 이 일의 만남은 우연에 가깝다. 학창 시절 이현욱은 어머니 친구의 아들이 엑스트라로 TV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배우 일에 대한 판타지가 생겼고 연기는 공부가 싫었던 그에게 학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가 돼 줬다. 이현욱은 할머니의 지원을 받아 연기학원으로 향했고 예술고등학교에 합격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도 가게 됐다.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듯하지만 그에게도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다. 이현욱은 "옛날에 집 상황이 경제적으로 좋지 않았다"면서 "난 서울에서 안 쓰고 안 먹고 살아도 되긴 했지만 내 꿈을 좇자고 가족들을 방관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에도 잘 안 갔다. 갔다 오면 버티고 있던 내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부모님을 보면 지켜줘야 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로 우뚝 섰다. 특히 '마인' '도적: 칼의 소리' 등에서 연기한 악역은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현욱은 "예전에는 '악역을 그만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작품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큰 틀이 악역이라도 캐릭터들이 성격도, 직업도 다르고 표현할 수 있는 게 다양하다. 아직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한다. 악역이라고 지양하는 건 없다. 내가 잘 풀어낼 수 있는 악역이라면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뚜렷한 가치관을 드러냈다.

한때 연기를 그만둘 생각도 하고 딜레마에도 빠졌다는 그는 현재 '후회 없이 작업하고 정말 내가 연기에 흥미를 잃었을 때 미련 없이 떠나자'란 생각으로 작업하는 중이다. 이현욱은 "배우로서 하지 못했던 것도 있고 재미도 있기에 진행 중이지만 항상 마지막이란 생각은 한다. 다른 친구들에겐 이런 말을 못 한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 속에 노력해 온 덕에 그가 그간 출연했던 작품들과 '도적: 칼의 소리'는 모두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이현욱의 열연이 담긴 '도적: 칼의 소리'는 지난 22일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