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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학대만 아니면 돼".. 이것이 K-동물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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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학대만 아니면 돼".. 이것이 K-동물복지인가?

입력
2023.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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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복지 이야기'

동물학대가 아니다.

위기에 처한 동물을 목격한 시민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가장 많이 듣는 답변일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소유자가 있음에도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동물을 도와달라는 게시글이 넘쳐난다. 대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해 봤지만 동물보호법상 학대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일반 시민이나 단체의 도움을 호소하는 글이다.

지난달 18일, 경남 김해시에서 개 두 마리를 트럭 짐칸에 매단 채 달리는 장면이 포착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경찰은 동물학대가 아니라며 트럭 운전사를 돌려보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달 18일, 경남 김해시에서 개 두 마리를 트럭 짐칸에 매단 채 달리는 장면이 포착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경찰은 동물학대가 아니라며 트럭 운전사를 돌려보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경남 김해시의 한 시민은 트럭 짐칸에 짧은 줄에 목이 매달린 채로 괴로워하는 개 두 마리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개들의 상태가 위험해 보이지 않았고, 견주가 학대 의도가 없어서 동물학대가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구·약물 등 물리적ㆍ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 물리적인 상해가 발생한 때만 동물학대로 인정하고 있다. 개들의 다리 하나가 부러지거나 줄에 묶인 채 바닥에 질질 끌려 피투성이로 발견되지 않은 이상 경찰은 ‘학대가 아니다’라고 말했을 게다.

동물이 고통스러운데 ‘학대 아니다’.. 해외에서는?

동물보호법이 수차례 개정되고 지난해는 전부개정을 거쳤지만 그만큼 동물이 더 보호를 받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해 동물보호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동물학대 유형을 구체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법에 규정된 몇 개 유형에 들어맞는 행위만, 그것도 고의로 동물의 신체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힌 때만 학대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바뀐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동물을 고통이나 상해로부터 보호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물의 사육이나 훈련 과정에서 필요한 방식으로 상해나 고통을 입히는 행위가 있다고 규정하는 게 현행 동물보호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동물의 사육이나 훈련 과정에서 필요한 방식으로 상해나 고통을 입히는 행위가 있다고 규정하는 게 현행 동물보호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예컨대 “동물의 사육·훈련 등을 위하여 필요한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물과 싸우게 하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동물보호법 10조 2항 4호 라목)라는 신설 조항을 보자. 그 어떤 사육·훈련 방식 중 ‘잔인한 방식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가 용납될 수 있는가.

“갈증이나 굶주림의 해소 또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의 목적 없이 동물에게 물이나 음식을 강제로 먹여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동물보호법 10조 2항 4호 다목)도 마찬가지다.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물이나 음식을 강제로 공급한다 해도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동물에게 고통을 줄 정도로 물과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것이 어떠한 상황인지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예외를 인정해주기 위해 애쓰는 법 조항으로는 동물보호법의 동물학대 유형을 아무리 구체화한다고 해도 동물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기 어렵다.

전부개정된 동물보호법의 문제는 또 있다. 동물의 소유자가 동물에게 물과 사료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고, ‘공급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권고 수준에 머무른 법 조항이다. 반려동물에 한해 최소한의 먹이 제공을 하지 않아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했을 때 동물학대로 인정되는 수준이다.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상해나 질병이 없어도 물이나 사료 등 기본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것이 제공되지 않으면 동물학대로 분류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상해나 질병이 없어도 물이나 사료 등 기본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것이 제공되지 않으면 동물학대로 분류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반면 해외, 소위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동물의 음수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충분한 양과 깨끗한 물에 상시 접근할 수 있거나, 24시간을 넘지 않는 적절한 간격으로 제공할 것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먹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규정들을 공통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동물의 종, 나이, 건강 등에 적합할 것
●동물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양과 질일 것
●동물이 먹을 수 있는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될 것
●이물질, 녹조, 배설물 등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았을 것

예를 들어 미국 버지니아 주법은 물 공급에 대해 예외적으로 물을 공급하지 않아도 되는 때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먹이 또한, '수의사가 지시하는 경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동면상태나 금식이 그 종에게 자연스러운 것인 경우' 등 극소수의 예외사항을 빼고는 최소 하루 한 번 이상 동물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먹이를 주지 않았다면 제재할 수 있다. 즉 굶어 죽거나 질병에 걸려야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학대‘만’ 아니면 괜찮은가?

현행 동물보호법은 '고통을 주는 학대만 아니면 돼'가 기본적인 입장이지만, 동물복지 선진국들은 그 이상의 '동물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고통을 주는 학대만 아니면 돼'가 기본적인 입장이지만, 동물복지 선진국들은 그 이상의 '동물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동물학대’만 막으면 괜찮은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호주 수도 특별행정자치구역(Australian Capital Territory·ACT)은 2019년 동물복지법을 개정하면서 법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제4조 법의 목적
⑴ 이 법의 주요 목적은 다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a. 동물은 주관적으로 주변 세계를 느끼고
지각할 수 있는 감응력 있는 존재이다.
b. 동물은 내재적 가치를 가지며 공감을 통해 대우받을 자격이 있으며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는 ‘삶의 질’을 갖고 있다.
c. 사람들은 동물의 신체적, 정신적 복지를 돌볼 의무가 있다.

⑵ 이는 특히 다음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
a. 동물의 복지 증진 및 보호
b. 동물의 적절하고 인도적인 돌봄, 관리 및 대우를 제공
c. 동물학대 및 방임의 억제와 예방
a, b 및 c항에 언급된 사항에 대한 법률의 집행

개정된 ACT 동물복지법은 동물 소유자의 의무를 한층 강화했다. 이미 기존 법에 음식, 물, 쉴 곳, 수의학적 관리, 정상적인 행동을 할 기회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한 조항이 있었는데, 여기에 ‘적절한 운동을 제공’할 것을 추가로 명시했다. 개정 당시 ACT 주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의 동물복지는 동물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고려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물이 감응력이 있으며 감정과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을 법으로 인정했다. 이 법안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더 나은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법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러한 법 개정 방향은 호주의 국가 동물복지전략(Animal Welfare Strategy)과도 일치한다. 동물복지전략은 “복지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라며 “복지는 동물의 적절한 주거, 관리, 개체 수 조절, 서식지 관리, 영양, 질병의 예방 및 치료, 책임 있는 돌봄, 인도적 취급, 그리고 필요할 시 인도적 죽음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학대만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던, 농장동물이던, 야생동물이던 ‘삶의 질’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학대라는 최악의 상황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긍정적인 것들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결국 상해를 입지 않아도 되는 건 기본적인 것이고, '동물복지'를 거론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삶의 질도 신경써야 한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결국 상해를 입지 않아도 되는 건 기본적인 것이고, '동물복지'를 거론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삶의 질도 신경써야 한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동물복지’는 요즘 정부와 국회, 언론, 시민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됐다. 심지어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까지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면서 동물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의지에 비해 우리와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에도 그만큼의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동물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자명한데도, 수사기관은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동물이 좋은 경험이라고는 한 번도 제공되지 않는 삶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만 ‘동물복지’라고 외치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 정부가 법 개편을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학대만 모면해도 다행인 것으로 알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동물복지 수준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 더 많은 '동물복지 이야기'를 만나는 곳 ▽▼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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