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장관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전 미군사령관 “주한·주일미군 통합군 다시”
미국이 우선… “대선 상관없이 엄중한 현실”
“같이 갑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10월 1일)을 맞아 25일(현지시간) ‘한미전략포럼’이 열린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기조연설자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입에서 갑자기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70년간) 한미 동맹이 굳건하게 유지되도록 만든 것은 ‘우리는 함께 간다’는 정신의 공유와 그것에 기반한 지속적 협력”이라고 역설하던 중이었다.
미국 싱크탱크가 주최하는 행사 연사로 미 국무장관이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보냈다. 양국이 상징적 이벤트로 여긴다는 뜻이다. “같이 가자”는 블링컨 장관의 메시지는 미국 편에 확실히 서 달라는 협조 요구였다. 같은 날 한국무역협회의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선 동맹으로 포장된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보 넘어 공급망까지 함께하는 동맹으로
한미 협력은 70년간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블링컨 장관은 “핵심 안보 동맹이 필수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성장했고, 범위와 중요성이 날마다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SK실트론과 한화큐셀 등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경제적 파트너십 사례로 들며 “이런 투자가 우리의 핵심 공급망을 강화하고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에 대한 우리의 의존을 줄인다”고 주장했다.
협력 확장은 한미 동맹 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한미일, 나아가 ‘서방’이라는 이념 세력권에 한미 관계를 포섭하려 한다. 크리스 밴 홀런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은 같은 포럼 기조연설에서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거론하며 “이 역사적 한미 동맹 모멘텀을 토대로 다양한 글로벌 안보와 경제적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홀런 위원장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일본과 네덜란드가 참여한 사실을 언급한 뒤 “모든 동맹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 삼성전자에 협력을 촉구했다. 당장 손해를 봐도 대의를 위해 감내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한미가 같이 가긴 하지만… 미국이 ‘유도’
한국과 일본 사이의 알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봉합된 만큼 미국으로서는 중국 견제라는 전략 목표에 맞춰 역내 안보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포럼 패널 토의에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통합해 ‘주극동미군’(US Forces Far East)을 다시 창설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제 적절하지 않다”면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과 일본을 관할하는 극동사령부를 10여 년간(1947~1957년) 가동한 적이 있다.
미국의 이해관계 쪽으로 기운 한미 동맹 재편 흐름은 한국 기업에 위기 요인이다.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대미경제협력사절단 간담회에서는 동맹의 실체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경한 포스코 무역통상실장은 “미국은 여야 할 것 없이 산업(생산 라인)을 어떻게 로컬화(미국으로 복귀)할 것이냐, 일자리를 얼마나 늘릴 것이냐가 핵심 관심사”라며 “내년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으로서는 엄중한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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