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글로벌 대학평가 국내 1위
고속 성장 비결은 '선진화된 제도'
"연구중심대학 정체기 극복 과제 "
“지난해 선정된 UNIST HCR(Highly Cited Researchers: 논문 피인용 횟수가 많은 연구자) 10명 중 7명이 내부적으로 육성된 인재들입니다. 잠재력이 높은 교원을 채용하고 이들의 발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선진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죠.”
UNIST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THE가 발표한 올해 세계 신흥대학(개교 50년 이하) 순위에서 국내 1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세계 상위 1% 연구자 수(HCR)에서는 서울대를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랐다.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개원 14주년을 사흘 앞둔 25일 기자들과 만나 대학 고속 성장 비결로 엄격한 인사제도와 연구지원 시스템 등 선진화된 제도를 꼽았다. 실제 UNIST 교원 평가 기준의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해외 석학 4명을 포함해 8명의 추천을 받아야만 정년보장 심사 기회가 주어질 정도다. 개교와 동시에 출범한 공용연구센터 ‘연구지원본부((UCRF)’도 자랑거리다. 현재까지 약 300종의 장비 구축을 위해 75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장비 전담 운영 인력도 50여 명에 이른다. 이 총장은 “고가의 첨단장비를 한데 모으고, 전담 인력이 분석 서비스 등을 교원에 직접 지원해 연구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논문으로 사장되지 않도록 창업 휴직, 교원 맞춤형 실험실 창업 교육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현재까지 71개의 교원창업기업을 배출했다. 전임교원 5명 중 1명은 창업에 뛰어든 셈이다. 이들은 최대 6년간 신분을 보장받으면서 오롯이 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덕분에 UNIST 교원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79.2%로, 국내 평균(29.2%)의 2배가 넘는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 개교 20년을 맞는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들이 거치는 데스밸리 때문이다. 이 총장은 “개교 초기엔 젊은 교수와 최신식 장비를 갖춰 뛰어난 연구 역량을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교수 평균 연령의 노령화와 장비의 노후로 정체기가 온다”며 “ ‘젊의 피 수혈’과 ‘노후화된 장비 교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위기 돌파 방안으로는 인공지능, 반도체, 탄소중립, 첨단바이오와 같은 연구 신사업 개척을 제시했다. 이미 인공지능 대학원, 반도체특성화대학원 사업 유치 등을 통해 200억 원 규모의 사업비와 15명의 신임 교원 TO를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달부터는 첨단 바이오기술 육성을 위해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고, 울산대의대와 함께하는 의공학 통합교육프로그램 HST(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운영도 시작했다. 이 총장은 이 같은 4대 중점 사업이 울산의 정체된 산업을 혁신 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첨단 인공지능기술로 전통제조업을 디지털화하고, 반도체 연구로 역내 정밀화학 기업을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에 진출토록 하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이 총장은 “울산을 제조산업 도시에서 첨단 스마트 산업도시로 전환할 수 있는 연구에 대학의 모든 역량을 모아 지역과 대학이 동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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