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 보고 주민들도 뵐 겸 나왔다"
내년 총선서 보수표에 영향 미치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자택 인근의 전통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지난 4월 대구 팔공산 동화사 방문 이후 외부 활동을 이어왔지만, 지역 상인·주민들과 대면에 집중한 일정은 사실상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측근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방문했다. 자택에서 차량으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와 베이지색 셔츠, 청치마 차림으로 등장한 박 전 대통령은 시장을 들러 직접 어묵과 연근, 호박잎 등을 구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상인들에게는 "이건 직접 재배하신 건가요"라고 묻는 등 적극적으로 대화했다. 20여 분간 시장에 머물며 상인, 주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시장을 빠져나가기 전 방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건강도 안 좋고 이런저런 일로 많이 늦어졌다"며 "추석이 가까워서 장도 보고 주민들도 볼 겸 찾았다"고 말했다.
정치 활동 재개에 소극적이었던 박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 앞서 존재감 과시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대구 팔공산 동화사 방문에 이어 지난달 광복절에는 모친인 고 육영사 여사 기일에 맞춰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특히 유영하 변호사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주변 인사들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측면 지원을 위해 공개적으로 행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 행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과거 친박근혜계였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주변에 '자기 이름 팔아 정치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하지 않느냐. 그게 맞는 말일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치적 영향력 또한 예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있는 대구·경북(TK)에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몰라도, '탄핵된 대통령'이란 이미지 때문에 전체 총선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아니라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 가능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통 보수의 상징성을 지닌 박 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의 만남 자체가 보수층에 소구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전 대통령 혼자만의 행보를 두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영향력을 가진 윤 대통령을 만나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전망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회동 요청에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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