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작성 '지적원도' DB화 중단위기
북한 행정 경계 등 변화 확인 기초자료
'사업 우선순위' 밀려… 대북정책 희생양 지적
일제강점기 때 작성한 북한의 토지 측량 정보를 전산화하는 작업이 예산 삭감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표면상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이유인데, 윤석열 정부가 각종 대북정책을 뒤집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24년도 북한지역 디지털 지적구축 사업 예산’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북한지적원도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 예산은 0원이다. 당초 국토교통부가 올해 예산(8억 원)보다 40% 줄인 4억8,000만 원을 요구했는데, 기획재정부 심의 단계에서 이마저도 무시하고 전액 삭감된 것이다.
북한지적원도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1924년 사이 제작된 자료로 △지번 △지목 △경계 △소유자 등이 모두 표시된 세부 측량자료다. 현재는 접근이 어려운 북한 토지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인 만큼, 정부도 국가중요기록물(영구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이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부터 이를 전산화하는 북한지적원도 DB 구축 사업에 나섰는데, 올해 기준 지적원도 23만9,688장 중 11만8,161장(39.5%)만 전산화돼 아직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사업 계획 수립 당시에는 2018년 완료를 목표로 했으나 사업비 문제로 지연돼 왔고 내년에는 그나마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국토부는 의원실에 “재정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사업비가 적기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설명했다.
북한지적원도는 작성된 지 100년이 넘어가는 자료인 만큼, 훼손 우려가 있어 전산화를 통한 관리가 시급하다는 게 맹 의원 주장이다. 또한 이 자료를 활용해 북한의 행정경계 변경 이력은 물론 교통, 농경지, 문화재 등 토지와 관련한 각종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전산화를 마칠 필요성이 크다. 정부는 이미 전산화가 완료된 남한 지역의 지적원도는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정보는 '조상 땅 찾기'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라고 경시하는 상황에서 이념과 무관한 토지 전산화작업까지 정쟁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맹 의원은 “윤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모조리 ‘적’으로만 규정하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예산마저 삭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남북관계는 언제 개선될지 모르는 만큼, 이 경우에 대비한 사업에 대해서는 정쟁이 아닌 미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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