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은행권 금융사고엔 "부끄러운 일"
"노란 넥타이 매고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
오는 11월 물러나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둘러싼 비판적 시각에 “획일적인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각 회사별 사정에 맞게 발전시켜야 하고, 그런 면에서 KB금융은 노력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회사가 하나의 프레임(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굉장히 큰 착각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배구조는 각 기업의 체질과 영역, 문화에 맞는 고유의 것을 개발하고 계속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KB의 경우 취임 초기부터 이사회와 긴밀하게 교류하며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재임 기간도 회사별로 차별화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다. 윤 회장은 “하버드 경영자 리뷰 등 자료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었고, 최근 10년간 평균 재임 기간은 7년”이라며 “3년, 6년마다 바꾸는 CEO 체계로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성과가 서서히 나오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견제 없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참호 구축’ 지적엔 KB금융 이사회의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을 강조하며 “CEO가 어느 곳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은행권의 잇단 금융사고에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윤 회장은 “(BNK경남은행 횡령 사건뿐 아니라) 저희도 KB국민은행 증권대행부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로 100억 원 가까운 이익을 얻었다는 검찰 통보사항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양종희 차기 회장 내정자와 똑같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내부 통제 시스템 정비와 직원 윤리의식 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9년간 KB금융을 이끌고 11월 20일 세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윤 회장은 차기 회장 추천 절차가 한창이던 지난달 용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주변에서 ‘몸에 노란 피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면서 “취임 이후 노란 넥타이 외에 다른 색을 매 본 적이 없다. 노란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회했다.
임기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일로는 ‘리딩 뱅크(수위 은행)·리딩 금융그룹 탈환’을 꼽았다. 다만 “세계 순위로 여전히 60위권에 머물고 있는 점은 아쉽고 자괴감을 느낀다”며 “정책 당국과 함께 진지하게 생각하고 여러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