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웃음이냐 감동이냐… 추석 극장가 한국 영화 4편 출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웃음이냐 감동이냐… 추석 극장가 한국 영화 4편 출격

입력
2023.09.28 04:30
17면
0 0

'거미집' '보스톤' '천박사' 동시 개봉
'가문의 영광6'는 1주일 앞서 선보여

'1947 보스톤'은 해방정국 속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의 낭보를 전했던 서윤복과 손기정, 남승룡의 사연을 전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47 보스톤'은 해방정국 속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의 낭보를 전했던 서윤복과 손기정, 남승룡의 사연을 전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명절 연휴의 진수는 여전히 영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 관람이 예전만 못하다 해도 명절은 명절. 한국 영화만 해도 3편이 27일 동시에 선보인다. ‘1947 보스톤’과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추석 시장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지난 21일 개봉해 추석 극장가 선점을 노리고 있다. 명절 극장가에 따끈한 새 한국 영화가 4편인 셈이다.

76년 전 감동의 순간 재현

‘1947 보스톤’은 76년 전 해방정국의 서울과 미국 보스턴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뛰었던 걸 내내 수치스럽게 생각했던 손기정(하정우)이 친구 같은 선배 남승룡(배성우)과 함께 신예 서윤복(임시완)을 지도해 다시 세계 제패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났으나 독립국가를 아직 세우지 못한 시대상이 스크린에 스며 있다. 해방은 됐지만 미군정 하에 살던 이들이 역경을 딛고 대회에 참가하는 과정부터가 눈물겹다. 예상대로 마라톤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서윤복이 보스턴 시가지를 내달리는 모습이 시원하고 경쾌하다. 억지스럽지 않은 유머가 끼어들며 마라톤 출전과 연습과정 등 안팎에서 생긴 여러 갈등을 이완시키기도 한다. ‘쉬리’(1999)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의 강제규 감독이 연출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라는 광기를 웃음으로

'거미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영화에 대한 광기에 사로잡힌 김열 감독을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를 자문한다. 바른손 이엔에이 제공

'거미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영화에 대한 광기에 사로잡힌 김열 감독을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를 자문한다. 바른손 이엔에이 제공

‘거미집’은 영화에 대한 영화다. 1970년대 엄혹했던 유신 시대가 배경이다. 중견 감독 김열(송강호)이 스크린 중심을 차지한다. 그는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거미집’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결말 부분을 다시 찍으면 인생의 명작이 나오리라 믿으며 재촬영을 감행하려 한다. 하지만 제작비가 초과하기 때문에 제작자 백 회장(장영남)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 검열 수준의 심의도 넘어야 할 난관이다. 배우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들의 시샘과 갈등, 욕망을 조정하며 영화 촬영을 해내야 한다.

영화 애호가일수록 마음이 갈 영화다. ‘달콤한 인생’(2005)과 ‘밀정’(2016)의 김지운 감독은 70년대 ‘방화’의 상투적 표현을 가져와 웃음을 빚어내는 동시에 영화적 야심을 스크린에 반영한다. ‘만약 내가 70년대 충무로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면’이라는 김 감독의 가정이 이야기 전반을 관통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웃음과 공포가 어우러지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퇴마를 소재로 웃음과 공포를 적절히 배합해 재미를 안기려 한다. CJ ENM 제공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퇴마를 소재로 웃음과 공포를 적절히 배합해 재미를 안기려 한다. CJ ENM 제공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웃음과 공포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영화다. 당주집안 종손인 천박사(강동원)는 귀신을 쫓는 듯한 쇼를 해 돈을 버는 인물이다. 그는 조수처럼 자신을 따르는 직원 인배(이동휘)와 함께 새 의뢰인 유경(이솜)의 마을을 찾는다. 유경은 초자연적 존재를 다 볼 수 있는 진귀한 눈을 지녔다. 유경의 눈을 노리는 악당 범천(허준호)은 천박사 집안과 구원이 있다. 천박사가 유경의 일을 돕다 범천의 존재를 확인하고,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한판 싸움을 벌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른다.

귀신이나 악령을 퇴치하는 영화가 흔히 범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너무 어렵지도 너무 단순하지도 않게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 사람들 몸을 오가는 범천의 악행이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그런 범천을 설경이라는 부적 속에 가두려는 천박사 일행의 활약이 매끄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김성식 감독의 데뷔작이다. 김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연출부를 각각 거쳤다. 12세 이상 관람가.


구관이 정말 명관일까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흥행 영광을 되살리려고 하나 이야기와 정서가 2000년대 초반에 멈춰 있다. NEW 제공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흥행 영광을 되살리려고 하나 이야기와 정서가 2000년대 초반에 멈춰 있다. NEW 제공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인기 코미디 영화 시리즈 ‘가문의 영광’의 6편이다. ‘가문의 영광’은 2002년 첫선을 보인 이래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2012)까지 2,000만 명가량의 관객을 모았다. 이야기의 조밀함보다는 웃기는 일에 지나치게 치우쳐 억지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대중적 인기를 무시 못했다.

한때 호남지역 암흑가에서 이름을 날렸던 백호파가 이야기 중심을 차지한다. 백호파 수장 홍 회장(김수미)의 딸 진경(유라)이 인기 방송작가 대서(윤현민)와 하룻밤을 함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려낸다. 진경과 대서를 부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진경의 오빠 석재(탁재훈)와 홍 회장의 협박이 웃음을 제조하려 한다. 1편의 이야기 틀을 가져왔다. 2000년대 초반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유머가 웃음으로 직결될지는 의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