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상원의원 메넨데스 '뇌물수수' 기소
"검찰 인사 개입... 외교 정보도 이집트에 건네"
'의원직 사퇴' 압박 ↑... 한인 '앤디 김' 도전장
지난해 6월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뉴저지주(州) 엥글우드 클리프스에 있는 미국 상원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1㎏짜리 골드바(금괴) 2개를 비롯, 총 10만 달러(약 1억3,300만 원)를 웃도는 가치의 '금덩어리' 10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옷장과 금고에선 55만 달러(약 7억3,000만 원)의 현금 뭉치도 나왔다. 차고에 있던 2019년식 고급 승용차(메르세데스-벤츠)도 '수상한 물품'이었다. 민주당 소속 '거물 정치인'인 밥 메넨데스(69·뉴저지) 미 상원 외교위원장 얘기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뉴욕남부연방지검은 메넨데스 상원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전날 기소했다. 3선 상원의원이자 '상원 외교위원장'이라는 지위를 활용, 금품 수수 대가로 지역구 사업가들의 편의를 봐주는가 하면, 미국의 외교 정보까지 해외에 넘겼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부인과 수십만 달러 뇌물 챙겨
검찰이 공개한 39쪽짜리 공소장에는 메넨데스의 뇌물 수수 행적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범행의 시작은 2018년이었다. 그는 지역구인 뉴저지의 사업가 등으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뇌물을 챙기고, 해당 사업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고 했다. 인사권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특정 인사를 뉴저지 연방검찰청장으로 추천하는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부인인 내딘 메넨데스도 남편의 뇌물수수에 적극 관여했다. 메넨데스 부부는 주택 대출금까지 사업가들에게 대납시키는 한편, 운동기구나 공기청정기 등도 받아 챙겼다. 2021년 10월 이집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인터넷에서 '금 1㎏은 얼마인지'를 검색하기도 했다. 검찰은 내딘과 뉴저지의 유명 부동산 개발업자 등 3명도 함께 기소했다.
메넨데스는 특히 미국 정부의 비공개 외교 정보를 다른 나라에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뇌물 공여자와 이집트 정부 간 무기 계약을 돕기 위해서였다. 메넨데스 부부는 27일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 절차(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밝히는 일)를 밟는다.
정치 인생 벼랑 끝... 의원직 사퇴는 거부
쿠바 이민자 2세인 메넨데스는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정치인'으로 끈질긴 정치 생명을 자랑해 왔다. 2015년에도 호화 골프 여행 등 100만 달러(약 13억 원)의 뇌물을 받고 후원자 편의를 봐준 혐의로 기소됐지만, 2018년 배심원단의 불일치 평결로 공소가 기각돼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사실상 정치 인생은 끝났다는 관측이 많다. WP는 "(이번 기소는)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서 보잘것없는 시작을 딛고 일어선 정치인이 직면한 법적·정치적 위기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메넨데스는 기소 직후 상원 외교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도, 의원직 사퇴는 거부했다. 그는 "내 정치적 무덤을 파려는 검찰의 과잉 수사"라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의원직에서도 물러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민주당 3선인 앤디 김(41) 연방 하원의원은 이날 상원의원 출마의 뜻을 밝혔다. 당내 예비선거에 나서겠다며 메넨데스에게 도전장을 내민 그는 "민주당이 뉴저지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하거나, 국가의 청렴성을 훼손하는 상황이 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내년 민주당 예비선거를 거쳐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 '한국계 첫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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