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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종가는 왜 추석 때 차례를 지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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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종가는 왜 추석 때 차례를 지내지 않을까

입력
2023.09.29 10:00
수정
2023.09.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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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셋째 일요일 '묘사'로 대체
"차례도 시대 맞게 다양한 방식"

퇴계 이황의 고향 안동시 도산서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퇴계 이황의 고향 안동시 도산서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족 최대의 명절한가위지만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퇴계 이황(1501-1570)의 종가는 평소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추석 차례는 건너뛰는 가풍 때문이다. 종가가 있는 경북 안동과 봉화 등 일부 지역의 양반가는 햇곡식을 수확하기 어려운 추석 대신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중구차사(重九茶祀)’를 지내기도 하지만 퇴계종가는 그조차 없다.

29일 퇴계종가와 지역 유림계에 따르면 퇴계종가는 추석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기는 하지만 차례와는 담을 쌓고 있다. 대유학자 집안에서 햇곡식 수확에 감사하고 조상의 넋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퇴계종택 앞 논에 노랗게 익은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안동시 제공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퇴계종택 앞 논에 노랗게 익은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안동시 제공


퇴계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근필(91) 옹의 장남이자 17세 손인 이치억(47) 공주대 윤리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퇴계 종손들은 10월 묘사(墓祀ㆍ음력 10월에 지내는 제사)로 한가위나 중구차사를 대신하고 있다. 이 교수는 “매년 10월 셋째 주 일요일 종택 옆 추월한수정 대청에서 햇곡식과 과일, 육류를 준비해 묘사를 지낸다”라며 “상은 기제사보다는 간소하지만, 차례보다는 풍성하게 차린다”고 말했다. 일요일을 묘사일로 정한 이유는 각지에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의 일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서다.

퇴계종가가 차례 대신 묘사를 지내는 이유로 추석 때 반드시 햇곡식을 수확한다는 보장이 없고, 옛날처럼 의례를 국가가 정하지 못하는 등 시대적 변화가 꼽힌다. 대가족 중심의 농경사회는 옛 생활 방식이고, 지금은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햇곡식과 조상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 기억에도 추석에 차례를 지낸 적은 없다. 그는 “언제부터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았는지 모를 정도로 까마득하다”라며 “시대 흐름과 생활상이 달라진 게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안동 유림들도 핵가족화, 이촌향도 등 사회변화에 문중이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차례가 묘사로 대체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례도 형식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차례는 결국 수확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자신을 있게 한 조상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의례로 동서고금의 구분이 없으나 여태까지 형식을 갖추느라 정작 진솔한 감정은 드러낼 수 없었던 것 같다”며 “현대에 맞는 방식으로 그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학계에서도 가족 형태 변화와 화장 문화 확산 등에 따라 추석에는 납골당 등을 찾는 경우가 잦아지는 등 설날과 추석의 모습이 이미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추석에는 벌초와 차례, 성묘까지 세 가지 의례가 있어 차례만 지내는 설날과 달리 의례가 중복된다”며 “퇴계종가가 오래 전부터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안동=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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