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북러 회담 후속 조치"... 푸틴 답방 논의할 듯
"미국, 러시아와 전쟁"... 곡물협정 파기에도 "서방 탓"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다음 달 북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방북 이유에 대해선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따른 북러 정상 간 '합의'를 들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답방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서방에 돌렸다.
미국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달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답방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도 이를 수락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미국 등 서방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과 우방국들은 세계를 인위적으로 적대적 블록으로 나눈 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미국 등) 그들은 세계가 자기중심적 규칙에 따라 활동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영국 등 많은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먹이로 삼아 러시아와 적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영역을 북반구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한미일 3국 연합체 등 소규모 군사·정치 동맹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제78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그는 "미국의 군사적 능력이 강화된 한반도에서 미국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과잉 반응을 보인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파기와 관련, "협정 당사자들이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 해제 등 러시아와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서방을 재차 비난했다. AP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우크라이나 측 좌석은 모두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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