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한국형 웨스턴 액션 활극이 등장했다. 배우 김남길 이현욱 서현 주연의 '도적: 칼의 소리'가 지난 22일 오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황준혁 감독의 말처럼 "웨스턴 활극에 동양적 히어로들을 결부한 새로운 시대극"의 탄생이다.
'도적: 칼의 소리'는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모래바람 휘몰아치는 간도의 황무지에서 시작된 얽히고설킨 운명과 강렬하고 스펙터클한 액션이 연이어 펼쳐진다.
무엇보다 때깔이 좋다. 제작진의 공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미술과 의상, 음악 등을 통해 간도의 대황야를 비롯한 당시의 시대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황량한 간도를 재현하기 위해 공기 중 부유하는 모래 먼지와 태양 빛을 표현한 엠버(amber 호박색, 황색)를 주 색감으로 잡았고, 2.40:1 시네마스코프, 드론, 광각 렌즈로 광활한 자연을 포착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간도를 배경으로 했던 여타 작품들과 달리 웨스턴 장르를 차용해 신선한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모래바람이 이는 황량한 불모지부터 철도 선로가 깔린 외딴 역사, 북간도 최고의 도시 명정촌 등 로케이션 곳곳에 한국형 웨스턴 장르의 매력을 십분 반영했다.
북간도 최고의 도시 명정은 중국, 일본, 조선인이 뒤섞여 살아가는 것에 착안해 세 나라의 문화와 건축 양식을 모두 차용해 설계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민족의 이질적인 분위기와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에서 봤던 느낌 그대로의 세트장을 보고 감탄했다는 전언이다. 웨스턴 장르를 돋보이게 하는 음악 역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화려한 미장센만큼 배우들의 액션 연기도 돋보인다. 거친 황야의 땅 간도에서 벌어지는 총격전과 너른 대지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마상 액션은 물론 활과 칼, 도끼, 낫, 맨손 격투까지 현란하고 스타일리시한 시퀀스가 매화 다채롭게 펼쳐진다.
도적단의 두목 이윤으로 변신한 김남길은 믿고 보는 배우답게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는 격동의 시대 속 고뇌하는 인물의 표현에 주효했다. 이윤은 노비에서 일본군으로, 그리고 도적단으로 거듭나 더 이상 빼앗기고 고통받지 않기 위한 삶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롱테이크 액션도 눈길을 끄는데, 배우가 특별히 신경써서 준비한 부분이기도 하다. 김남길은 서부극의 상징인 윈체스터 장총 액션을 준비하며 '놈놈놈'에 출연했던 배우 정우성에게 노하우를 물었다는 비하인드를 전한 바 있다.
조선인 출신의 최연소 일본군 소좌 이광일을 연기한 이현욱도 안정적 연기력을 과시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독립군 토벌에 앞장서는 이광일은 조선인에게 가혹하면서도 남희신(서현)을 향한 연정을 품은 인물이다. 과거 노비이자 친구였던 이윤(김남길)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특유의 눈빛으로 표현하며 입체적인 인물을 그려냈다.
서현은 조선 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 남희신으로 분해 한층 깊어진 연기를 보여준다. 유재명은 의병장 출신의 최충수로 변신, 도적단의 정신적 지주로서 무게감을 더한다. 언년이 역을 맡은 이호정의 활약도 눈에 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총잡이 언년이의 거친 모습과 강렬한 액션을 소화하며 배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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