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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피임약 오래 복용하면 임신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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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피임약 오래 복용하면 임신이 어려워진다?

입력
2023.09.22 22:00
수정
2023.09.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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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하면 피임 성공률 99% 이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9월 26일은 세계 피임의 날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피임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2007년 제정됐다.

피임약 가운데 먹는 경구 피임약은 여성이 스스로 피임을 택해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여성 피임법이다. 배란을 억제하거나 수정란 착상을 방해해 정해진 용법대로 복용하면 99% 이상의 높은 피임 효과를 거둔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에서 경구 피임약은 20~30%의 복용률을 기록하는 보편적인 여성 피임법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경구피임약 복용률이 3%의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 피임법 중 콘돔(74.2%)의 사용률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많이 적용하는 것이 자연 주기법 및 질외 사정법(52.4%)으로 아직까지 불완전한 피임법을 사용하는 여성이 많았다. 불완전한 피임법 사용은 피임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데, 실제 피임 실패를 경험한 여성 중 64.1%는 자연 주기법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경구 피임약이 한국에서 유독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경구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피임약의 편견과 오해에 대해 짚어본다.

◇경구 피임약을 장기 복용하면 임신 어려워진다?

답은 가임력에 영향이 없다. 경구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면 가임력은 바로 회복된다.

가임기 여성 1만4,884명을 조사한 22개 연구의 체계적 검토 및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임신을 위해 경구 피임약을 중단한 여성 1만1,636명(이들은 24~84개월 경국 피임약을 복용)에게서 피임 중단 후 첫 12개월 이내 임신한 여성의 비율은 87%로 확인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부부의 1년 내 임신 성공률(85%)과 일관된 수치로, 경구 피임약의 장기 복용이 여성의 가임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면 체중이 늘고 여드름이 생긴다?

근거가 없는 말이다. 4세대 경구 피임약은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중등도 여드름 치료제로도 쓰인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면 체중이 증가하거나 여드름이 생긴다는 것은 대표적인 오해다. 하지만 경구 피임약 복용으로 인해 체중이 증가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보고되지 않았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피임법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체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드로스피레논을 함유한 4세대 경구 피임약은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효과(부신 피질에서 생성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일종으로, 체내 나트륨 이온 농도와 혈압을 높이는 기능)와 남성호르몬 활성도를 줄여 체중 증가를 억제하고 여드름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제 일부 경구 피임약은 중등도 여드름 치료제로도 적응증을 얻어 처방되고 있다. 중국 여성 1,92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피임을 위해 4세대 경구 피임약을 사용한 그룹에서 경구 피임약 6주기 복용 후 여드름 병변의 79.9%가 감소했다.

◇경구 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건강에 해롭다?

건강한 여성이라면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복용할 수 있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도 오랜 기간 복용하다 보면 ‘건강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경구 피임약은 건강에 변화가 없는 한 휴식기를 갖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실제 4세대 경구 피임약은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리얼월드 코호트 연구에서 장기 안전성이 확인됐고, 심혈관계 위험도 다른 피임법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오히려 가임기 여성에서는 피임약 복용으로 인한 위험보다 피임 중단시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이 더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인공 임신 중절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인공 임신중절 이후 7.1%가 신체적 증상(자궁 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성 유산, 불임 등) 을, 55.8%가 정신적 증상(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자살 충동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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