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무선통신 담당 KT 서울무선센터 화성송신소 가보니
30미터 철탑 위 안테나, 5대양 향한 원거리 통신 임무 맡아
"이용 빈도 줄더라도 뱃사람 안전 위해 24시간 교대근무"
경기 화성시에서 제부도로 접어들다 보면 해안가에 30미터 높이의 철탑이 여럿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철탑들은 둘씩 짝을 지어 위에 얹혀 있는 철제 구조물을 지탱한다. 이 구조물의 정체는 단파대 통신을 지원하는 대수주기형(LP) 안테나다. 생선 가시와 닮았다고 해서 '피시본(Fishbone)' 안테나로도 불린다.
안테나가 있는 곳은 KT 서울무선센터의 화성송신소. KT가 20일 언론에 처음 공개한 이 장소엔 약 5만 평(약 16만5,000㎡) 대지에 LP 안테나 33기가 구축돼 있다. 겉보기엔 앙상하고 차가운 느낌이지만 새들은 바로 그 안테나 위에 둥지를 틀어 놓고 자식을 키운다. 화성송신소에서 일하는 최충식 KT 서울무선센터 차장은 "새들이 안테나에서도 가장 따뜻한 곳에 둥지를 튼다"고 말했다.
이 안테나는 연근해 어선은 물론, 태평양·대서양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바다를 운항하는 원양어선에 단파형 통신으로 육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원거리 슈터' 임무를 맡고 있다. 최 차장은 "이곳의 대수주기형 안테나는 지향성 안테나로 대서양·태평양·인도양 등 5대양의 방향을 고려해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육지-바다 통신, 교환원이 수동 연결
서울무선센터는 화성송신소 외에도 △서울 도봉구 선박무선센터 △충남 천안시 천안수신소 △전국 37개소에 설치된 원격 해안국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근해 통신은 주로 각 지역 해안국이 담당하고 화성송신소와 천안수신소가 먼바다의 통신을 맡는다. 송신소와 수신소가 따로인 건 주파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최소 40㎞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격 해안국의 경우 낮에는 상주 직원의 도움을 받지만 밤 시간대에는 해안국을 관제하는 것도 화성송신소의 임무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대지만 선박무선통신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 무선 전화의 경우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바다로 통화를 하기 전에 교환원이 수동으로 연결해준다. 자동조난수신서비스는 선박의 조난 단말 장치를 통해 접수된 조난 데이터 정보를 곧바로 해양경찰청으로 보내게 시스템이 설정돼 있다. 하지만 안전이 연결된 일이니만큼 KT에서 해경 상황실에 조난 정보를 잘 받았는지 여부를 유선으로 확인한다.
김기평 서울무선센터장은 "선박무선통신 특성상 수동으로 전화 소통을 해야 하기에 소통 요원과 기술 요원이 함께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면서 "화성송신소에도 상주 인원 네 명이 번갈아 가며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뱃사람과 마찬가지... 추석 연휴에도 사무실 지킨다"
현실적으로 선박무선통신을 사용하는 횟수는 줄고 있다. 연근해 어선들은 통신이 잘 터지는 곳에선 아예 휴대폰으로 통신한다. 원양에서도 위성 통신으로 선박 정보가 실시간 확인되는 시대다. KT에서 82년 동안 서비스되며 선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모스 부호 형태의 선박무선 전신은 올해 2월을 끝으로 서비스가 끝났다.
그럼에도 선박무선통신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조난 위기에 몰린 선원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선박무선통신은 국제해사기구(IMO) 규정에 의해 모든 선박에 설치된 전 세계 해상조난안전시스템(GMDSS)이 조난 신호를 전달하는 만국 공통의 경로다. 김기평 센터장은 "해경 자체로도 조난 신호를 탐지하지만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선 우리가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실제 KT 서울무선센터에서 전달한 정보로 해경이 침몰 위기의 배를 구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KT의 선박무선통신은 2000년부터 시민 누구나에게 언제 어디서나 제공돼야 할 기본 통신서비스인 '보편적 역무'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도 선박 약 2,500대가 KT의 선박무선통신으로 육지와 통신하고 있다. 김기평 센터장은 "우리도 뱃사람과 마찬가지"라며 "예전만큼 통신 물량이 많지 않지만 올 추석 연휴에도 센터를 비울 수가 없어 교대로 사무실을 지킬 예정"이라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