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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쓰고 재밌게 읽는다' 장르소설 전성시대 이끌 신진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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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쓰고 재밌게 읽는다' 장르소설 전성시대 이끌 신진 작가들

입력
2023.10.11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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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르 장편소설 낸 젊은 작가 2인 인터뷰
박소영 '네가 있는 요일'·청예 '라스트 젤리 샷'
인간 7부제, 로봇 법정물 등 과감한 상상력에
영상을 보는 듯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해

장편소설 '네가 있는 요일'(창비 발행)을 낸 박소영 작가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사의 재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죽고 나면 그 후에 나오는 재밌는 소설도 영화도 못 볼 테니 (그게 아쉬워서) 영생하고 싶다"는 농담을 던졌다. 홍인기 기자

장편소설 '네가 있는 요일'(창비 발행)을 낸 박소영 작가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사의 재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죽고 나면 그 후에 나오는 재밌는 소설도 영화도 못 볼 테니 (그게 아쉬워서) 영생하고 싶다"는 농담을 던졌다. 홍인기 기자

장르소설의 인기 속에 새롭게 여기에 도전하는 작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나란히 출간된 장편소설 '네가 있는 요일'(박소영 지음)과 '라스트 젤리 샷'(청예)은 닮은 점이 많아 눈길을 끈다. 장르적 매력으로 무장한 청소년소설로 공모전에 입상해 데뷔한 젊은 작가들의 신간이다. 과감한 상상력과 영상을 보는 듯한 스토리텔링,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선 등이 돋보인다. 두 작가를 최근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요일별로 인체를 공유한다면? 박소영 '네가 있는 요일'

소설 '네가 있는 요일'(창비 발행)은 하나의 인체를 7명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사용하는 '인간 7부제'라는 독특한 상상에서 비롯한다. 뇌에 저장된 기억 데이터만으로 몸을 바꿔 생활하는 인물들은 하루는 현실에서 살고 나머지 엿새는 가상 공간 '낙원'에서 지낸다. 박소영 작가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를 읽고 인간의 일자리가 감소한 미래에 사회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지 궁금했다"면서 아이디어의 시발점을 설명했다. 작가는 일자리 수에 맞게 인구를 줄이는 방법으로 '환경 부담금'을 낼 재력이 있는 사람만이 온전한 신체를 갖는 세상을 소설에 구현했다.

박소영 소설에서는 한 계층이 권력과 자본을 독점하는 부조리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데뷔작인 '스노볼'(2020)에서도 불평등 문제를 사생활 침해·보호라는 주제로 풀어냈다. 그는 "우리가 겪는 부조리, 모순, 차별을 모두 바꿀 수 없고 현실의 나는 그럴 용기도 없는 사람이지만 소설을 통해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 시스템을 바꾸거나 벗어나려는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대리만족도 한다"고 했다. 그는 "에너지 넘치는 서사를 끌고 가야 하다 보니 주인공 나이가 10, 20대가 되면서 청소년 소설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작가의 목표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 그는 "학창시절에 소설 '해리포터'나 이우혁, 전민희 작가님의 판타지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이런 서사로 즐거움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서 "이는 현재 나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법정에 섰다…청예 '라스트 젤리 샷'

초·중학생 때 학교 도서관 '다독왕'이었다는 소설 '라스트 젤리 샷'의 청예 작가는 책 읽기만큼 수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할 친구가 없는 밤에는 대신 글을 쓰던 것이 습관이 됐고, 직장 생활하며 쓴 글이 쌓이고 나니 누군가 읽어줬으면 해서 공모전에 원고를 냈다"면서 데뷔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김예원 인턴기자

초·중학생 때 학교 도서관 '다독왕'이었다는 소설 '라스트 젤리 샷'의 청예 작가는 책 읽기만큼 수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할 친구가 없는 밤에는 대신 글을 쓰던 것이 습관이 됐고, 직장 생활하며 쓴 글이 쌓이고 나니 누군가 읽어줬으면 해서 공모전에 원고를 냈다"면서 데뷔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김예원 인턴기자

소설 '라스트 젤리 샷'(허블 발행)은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로봇 법정물'이다. 고도로 발달된 세 개의 로봇이 사회화 훈련을 받기 위해 파견된 일반 가정에서 각각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그들이 회부된 윤리심판을 참관하는 격인 독자들은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과 로봇의 결정적 차이를 찾아 헤매게 된다. 작가는 예술, 신앙, 가족이란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인간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철학적이지만 매우 유쾌하고, 유머러스하지만 또 기이하기도 한 이 소설은 올해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면서 출간됐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데뷔작인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2022,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 문학상 최우수상작) 등 주로 청소년 성장 서사, 치유와 연대 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보다 무겁고 어둡다. 청예(필명)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윤리적 딜레마를 다뤄 보고 싶었다"며 "인간이 늘 우리의 것이라고 믿었던 가치가 비인간이 개입했을 때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쓰려고 했다"고 집필 계기를 말했다. 소설 속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바람에서다. 법정물을 처음 시도한 데는 형사정책 연구기관에 1년 반가량 회계 담당 직원으로 근무한 이력도 한몫을 했다. 그는 "가끔 농땡이 부리고 싶을 때 (웃음) 홈페이지에 게재된 범죄 통계 현황이나 형사정책 자료 등을 읽다 보니 법정물에 대한 흥미가 커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작가로서의 목표를 묻자 그는 "없다"고 했다. 2021년 첫 공모전 입상 후 약 2년 동안 출간 단행본만 6편. 신인 작가로서는 충분한 기회를 얻은 데 감사하다는 의미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젊은 작가만의 욕심과 열정은 맹렬하다. 그는 "매일 작업실에서 정해둔 분량을 쓰고, 코딩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 기반의 '비주얼 노벨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는 "작사에도 관심이 있어 학원을 다녔다"며 이야기꾼으로서 다방면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도 감추지 않았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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