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씽큐'에 살림 정보 내세워 Z세대 공략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음식 정보 '삼성 푸드' 공개
"가전 앱, 호환성 강화와 별개로 경쟁 지속"
한국의 대표 가전회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8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3'을 앞두고 서로의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상대방 회사의 제품을 끄고 켤 수 있게 손잡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LG전자의 'LG 씽큐'는 여전히 경쟁 관계다. 두 가전 회사는 각 애플리케이션(앱)을 단순한 스마트홈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를 채워 넣거나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는 등 업그레이드를 이어가며 이용자 늘리기에 힘쓰고 있다.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LG 씽큐 가입자 수가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기준으로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 가입자는 1월 대비 92%로 약 두 배 증가했다. 1980년대생(78%), 1970년대생(82%), 1960년대생 이상(68%) 등 다른 연령대과 비교해 증가율이 높았다.
LG전자는 이를 두고 LG 씽큐의 이용자 인터페이스(UI)를 업데이트하면서 '테이스트'와 '생활연구소' 등을 전진 배치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둘 모두 스마트홈 관련 기능과는 직접 관련은 없지만 LG 가전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살림 경험이나 정보가 많지 않은 대학생·사회 초년생 등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비스 되고 있는 '테이스트'는 음식 관련 정보를 알려준다. 인기 유튜버가 1인 가구를 위해 주방 가전의 사용법을 소개하고 밀키트를 활용한 300여 개 간편 조리법을 안내한다. 이용하는 가전에 맞춰 와인 셀러 이용자에겐 '와인 페어링 레시피'를, 식물 재배기 'LG 틔운' 이용자에겐 '틔운 작물로 만든 레시피'를 보여준다. '생활연구소'에선 살림 전문가와 LG전자 연구원이 제품 사용법과 가전 상식, 살림 노하우 등을 전해주는데 세탁과 의류 가전에 대해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다.
삼성전자도 음식에 주목했다. 8월 IFA 2023을 앞두고 식생활 관련 전반의 정보를 제공하는 음식 앱 '삼성 푸드'를 공개했다. 기존에 스마트싱스 내 '쿠킹' 코너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를 확장한 것으로 직접 개발한 조리법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했다. 또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이용자 취향과 요리 경험, 영양 성분 등을 분석해 자동으로 맞춤형 조리법을 추천하는 기능도 있다. 삼성전자는 오븐, 인덕션, 전자레인지와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방 가전을 삼성 푸드와 연동할 계획이다.
호환성 위해 손잡지만... 속내는 자기 앱 키우기?
두 회사가 스마트홈 앱에 스마트홈과 직접 연관이 없는 콘텐츠 기능을 담은 것은 결국 앱 자체의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최근 나오는 제품이 대부분 스마트 가전이다 보니 스마트홈 기능 자체는 알고 있지만 이용자 절반 정도는 스마트홈 앱과 가전을 연동해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5월 공개한 '스마트홈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스마트 가전을 보유한 응답자 중 약 43%가 연동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①수동으로 끄고 켜는 게 더 편하고 ②가전끼리 호환성이 모자라 연결해 쓸 수 있는 가전의 수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젊은 세대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홈의 다양한 기능을 접한 이용자는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20, 30대 여성이 특히 긍정적이었다. 또 젊을수록 간단한 전원 조작을 넘어 다양한 연동 기능을 활용하는데 적극적이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Z세대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홈을 더 친숙하게 느낄 것"이라며 "이들을 집중 겨냥한 콘텐츠와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집에서 쓰는 가전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를 앱 생태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가전제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다. 최근 두 회사가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를 중심으로 상호 연동을 허용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양사 모두 내심은 자사 앱의 활용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스마트싱스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우위에 섰다고 보는 반면 LG전자는 생활가전제품이 많기 때문에 씽큐를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상호 연동으로 인해 스마트홈 앱의 호환성이 높아지겠지만 결국 각 가전의 세부 기능까지 활용하려면 각 회사의 앱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스마트홈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을 늘려가겠지만 각 앱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데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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