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악취 사라지니 약한 냄새도 느껴져
악취문제 변화, 농장형→도심형→실내형
고령화·코로나19로 실내 냄새 민감도 ↑
체취 분석해 만든 맞춤형 소취제도 등장
편집자주
전국 곳곳에서 '후각을 자극해 혐오감을 주는 냄새', 즉 악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악취 민원은 무수히 쌓이는데 제대로 된 해법은 요원합니다. 한국일보는 16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국내 실태 및 해외 선진 악취관리현장을 살펴보고, 전문가가 제시하는 출구전략까지 담은 기획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일본의 악취 민원은 감소세지만, 한편에선 서서히 새로운 유형의 냄새 문제가 등장하는 모양새다. 강한 악취가 사라지자 이전에는 못 느꼈던 약한 냄새까지 거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고령화, 코로나19 등 사회적 변화로 실내 각종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일본의 냄새 시장도 변하고 있다.
내겐 향기라도 누군가에겐 악취
일본 냄새향기협회 등에 따르면 일본의 악취 민원 양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스케카와 히데모토 취기판정사회 회장은 "문제 되는 악취의 강도가 약해져 감춰져 있던 냄새들을 인식하는 수준이 됐다"며 "최근에는 옆집 빨래 섬유유연제 냄새에 대해서도 민원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보편적인 악취를 넘어, 향기로운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맡기 싫은 악취로 여겨져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내 악취도 늘어나는 민원 요소 중 하나다. 마나미 후지쿠라 냄새향기협회 부회장은 "고령화로 요양원이 늘면서 여기서 나는 냄새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곳 노인들은 기저귀 생활을 하기 때문에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데, 냄새가 건물 전체로까지 번져 민원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내 악취에 대한 민감도는 더 올라갔다. 즉 산업 구조 변화로 악취 발생지가 농장·공장에서 도시(음식점 등에서 나는 냄새)로 바뀌었다면, 이제는 실내형 악취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세탁세제 광고 문구까지 달라져
일본의 냄새 시장은 일찍이 이 같은 점에 집중해 개인 고객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옷이나 집, 차 등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는 소취제(消臭剤)다. 향수를 잘 사용하지 않는 일본의 문화도 소취제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소취제 회사 할인더스트리의 모치즈키 고노시케 연구주임은 "강한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문화와 고온다습한 환경이 더해져, 향수보다 소취제 사용이 더활발하다"고 분석했다.
소취제는 일상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도쿄 시부야에서 만난 시민 A(77)씨는 "반려견이나 신발 냄새가 신경 쓰이는데, 요즘은 소취제가 많이 나와 잘 쓰고 있다"고 했고, 혼도 유키오(64)도 "집에는 부엌·화장실에 소취제가 있고, 담배를 피우는 탓에 차에도 하나 뒀다"고 했다.
개인형 소취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모치즈키 연구주임은 "코로나19 이후 가정용 등 개인형 소취제에 대한 관심이 커져, 해당 매출이 5배가량 늘기도 했다"면서 "세탁세제 광고도 '향기가 진하다' '향이 바뀌었다'는 표현보다, 최근에는 '소취 기능이 강화됐다'는 문구가 많아지는 등 인식이 변하고 있어 시장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인터랙티브] 전국 악취 지도 '우리동네 악취, 괜찮을까?'
※ 한국일보는 2018년 1월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 및 세종시가 접수한 악취의심지역 민원 12만 6,689건과, 이 민원에 대응해 냄새의 정도를 공식적으로 실측한 데이터 3만 3,125건을 집계해 분석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가 사는 곳의 쾌적함을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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