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 짧은 소감만
대전 서구 한 신용협동조합에서 현금 수 천만 원을 빼앗아 베트남 다낭으로 도주했다가 붙잡힌 40대 피의자가 국내로 송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서부경찰서는 21일 오전 9시 50분쯤 특수강도 혐의로 검거한 A(47)씨를 송환했다고 밝혔다. 범행을 저지른 지 34일, 베트남으로 도주한 지는 30일 만이다.
이날 남색 상의에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쓰고 호송차량에서 내린 A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지 않느냐” “범행 이유가 무엇이냐” 등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는 심경만 짧게 밝힌 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필 대전 서부서 형사과장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현금의 사용처와 행방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늘 밤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58분쯤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서 흉기로 직원을 위협해 현금 3,900만 원을 빼앗은 뒤 준비한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한 혐의(특수강도)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오토바이와 택시, 도보 등 여러 교통수단을 번갈아 이용하는가 하면, 10여 차례에 걸쳐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폐쇄회로(CC)TV가 없는 한적한 교외 길이나 미개통 도로를 이동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3,000여 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CCTV를 분석해 범행 사흘 뒤인 지난달 21일 A씨의 신원을 특정했으나 전날 이미 베트남 다낭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달 21일부터 베트남 현지 경찰과 공조해 수사를 벌였지만 진척이 없자, 지난 8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전단을 배포했다. 이후 “한인마트 내 CCTV에 물건을 훔치는 남성이 A씨 같다” “다낭 카지노에서 A씨를 봤다”는 제보가 연이어 들어왔다.
현지 공안과 잠복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3시간 30분 만에 다낭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던 A씨를 붙잡았다. 그는 당시 200만 원 상당의 카지노 칩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숙소에선 현금 20만 원이 발견됐다. A씨는 당시 신원을 감추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베트남 공안이 진행한 기초 피의자 조사에서 신협 강도 범행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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