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 발표
1분기 81.8→2분기 90.9→3분기 108.7→4분기 90.2
유가 상승에 수요 얼어붙어
정부는 올 4분기(10~12월)부터 수출이 성장세로 돌아서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할 거라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산업 현장에서는 주요 수출국의 경기 둔화로 '상저하저(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도 저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민관의 온도차가 크다는 진단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2주 동안 수출 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2,000여 개 업체를 조사해 산출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90.2를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E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무역 전망을 밝게, 낮으면 무역 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의미다.
1분기(1~3월) 81.8까지 떨어졌던 EBSI는 2분기(4~6월) 90.9로 꾸준히 100을 밑돌았다. 정부의 상저하고가 실현될 거란 산업계의 기대를 반영한 듯 3분기(7~9월) EBSI는 기준선 위인 108.7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기준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무역협회는 유가 상승이 수요 부진, 원가 상승, 경기 둔화를 만들어 수출 여건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3분기 수출 경기가 풀릴 거란 기업들의 기대에도 7,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6.4%, 8.4% 줄었다. 여기다 최근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수출 기업들 ①수요 ②원가 ③단가에서 삼중고 겪어
이번 조사에서 15개 품목 중 11개 품목의 EBSI가 100 미만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업들은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69.5)과 섬유·의복제품(75.5) 업종의 수출 전망이 가장 어두울 것으로 봤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품목의 EBSI는 99.3으로 조사됐다.
연관기사
특히 올해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수출 효자 노릇을 했던 자동차·자동차 부품의 EBSI는 3분기 106.5에서 4분기 77.4로 폭락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공급 병목 현상을 불러일으켰던 차량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면서 밀려 있던 신차 대기 수요가 대부분 해결됐다는 평가다. 여기다 미국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출 상승세가 주춤할 거라고 무역협회는 내다봤다. 같은 기간 철강·비철금속제품의 EBSI도 108.3에서 79.9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 인식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나율 무역협회 연구원은 "수출 기업이 수요 부진, 원가 상승, 단가 인하 압력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수입 원자재 할당 관세 적용을 연장 및 확대하고, 수출 기업에 무역 금융, 수출 바우처 등 실효성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