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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자녀가 시험위원, 배우자는 수당 1억... 혈세 유용한 공공기관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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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자녀가 시험위원, 배우자는 수당 1억... 혈세 유용한 공공기관 백태

입력
2023.09.20 17: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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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챙기기, 성과급 과다 지급 등 적발
기재부도 예산관리 부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은 2018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미성년자 10명을 포함해 직원 가족 373명을 시험위원으로 위촉, 40억 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이 중에는 14세 밖에 안 되는 과장급 직원의 아들과 420여 회에 걸쳐 1억 원 이상 수당을 챙긴 부장급 직원 배우자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1,000만 원 이상 수당을 받은 직원 배우자만 100명에 달했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 4월 정기 기사·산업기사 시험 답안지를 파쇄·분실하면서 600여 명 수험생이 재시험을 치른 곳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사우회가 출자한 법인을 퇴직자들 재취업 수단으로 적극 이용했다. 발행시장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주관하면서 퇴직자가 대표인 회사를 업무 수탁기관으로 선정한 뒤 2012년부터 10년 동안 업무 관리자로 71명의 퇴직자를 채용했다. 짬짜미 자리를 나눠 먹은 셈이다.

감사원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정부가 출연한 155개 공공기관 가운데 서면감사 등을 통해 추려낸 18개 기관을 집중 살펴본 결과다. 감사원은 “여전히 제 식구 챙기기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고, 불공정 채용과 특혜계약 등의 위법하고 부당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직원 성과급을 부풀리고, 비정규직 성과급을 정규직 몫으로 챙겼다. 2021년 비정규직원 근무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1억5,197만 원의 성과급을 산정한 뒤 실제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2,017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규직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감사원은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소속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연구 실적을 통한 예상 수입을 과소 편성해 성과급 156억 원을 과다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은 통상적으로 자체수입 초과 달성과 비용절감을 통한 잉여금을 ‘능률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부당 지원한 곳도 있었다. 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은 2019년 4월~2022년 9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예산 6억9,000만 원을 지원했고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해양수산개발원, 철도기술연구원은 별도의 입찰 공고 없이 청사 1층 카페와 매점 공간을 노조에 무상으로 임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는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임대하며 연간 1,200만~1억6,000만 원 임대료를 챙겼다.

직원들의 기강 해이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2022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 9명은 근무 시간에 재택근무지를 이탈, 18차례 골프장을 드나들었다. 자산관리공사 등 9개 기관 38명은 허위 출장 신청 등으로 2,600만 원가량의 출장비를 챙겼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조작해 코로나19 허위 병가를 낸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의 부실 감독도 지적했다. 산하 출연기관이 여유재원 2,100억 원을 장기간 적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않아 출연금을 예산편성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리지침 변경에 따라 반납받아야 할 공공기관 인센티브 관련 지원금 1,740억 원(2016년 지급)의 경우 반납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절반인 831억 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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