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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개혁과 커피클럽

입력
2023.09.20 17:5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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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안보리 개혁을 촉구했다. 뉴욕=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안보리 개혁을 촉구했다. 뉴욕=연합뉴스


“앉아서 커피 한잔 하시지요.” 이탈리아 유엔 대사는 파키스탄, 멕시코, 이집트 대사와 만나 의제를 논의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건은 하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반대다. 그렇게 해서 1995년 결성된 이 비공식 모임에는 2005년 회합 당시 119개국이 모였다. 이탈리아 대사의 첫마디를 따 '커피클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식명칭은 '합의를 위한 단결'. 목표 자체가 단순 명쾌해 여러 별칭이 있다.

□반대로 상임이사국 확대를 요구하는 국가 모임은 G4(Group Of Four)로 불린다. 독일 인도 브라질 일본이다. 이들은 안보리 구조 개혁, 즉 상임이사국 확대를 요구해 왔다. 앙겔라 메르켈, 아베 신조, 기시다 후미오 등 독일, 일본 총리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엔에서 상임이사국 확대를 외쳤다. 동맹인 미국 지지를 공개적으로 받아내는 것은 물론이다. 회원국을 상대로 한 외교전 역시 입체적이고 치열하다.

□쌍방이 대립하는 까닭은 거부권이라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제재나 유엔헌장 개정 등 현안은 상임이사국 5개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어느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채택될 수 없다. '제재의 10년'이라는 1990년대를 제외하면 국제평화 위협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먹힌 적이 없다. 미러 간의 분위기가 좋았던 시절을 빼면 대개 러시아나 중국의 거부권 행사에 막혔다. 안보리 개혁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리는 기능마비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안보리 개혁을 촉구했다. 상임이사국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유엔헌장을 바꾸는 일이라 193개 회원국의 3분의 2인 128곳 이상 찬성해야 한다. 커피클럽의 절대적 동의가 필요하나 괜히 '반대를 위한 국가모임'이라는 이름이 붙었겠는가. 커피클럽 회원인 한국 입장이 묘해질 전망이다. 일본과 어느 때보다 우호적 관계에 있지만 상임이사국 손을 들어주는 건 별개 문제다. 먼 미래까지 한국에 미칠 영향이 크다. 무엇보다 일본은 독일과 달리 전쟁범죄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추축국이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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