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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잃어버린 30년’ 끝? 땅값 상승, 대도시 밖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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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잃어버린 30년’ 끝? 땅값 상승, 대도시 밖으로 확대

입력
2023.09.20 15:51
수정
2023.09.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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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침체에서 회복
반도체 공장 주변도 급등

일본 도쿄에서 올해 6월 완공된 복합 단지인 '아자부다이 힐스' 전경. 최고층 빌딩인 '모리JP타워'가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 도쿄에서 올해 6월 완공된 복합 단지인 '아자부다이 힐스' 전경. 최고층 빌딩인 '모리JP타워'가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3대 도시를 제외한 지역 땅값이 버블 붕괴 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경기가 풀리고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온 효과다. 구마모토와 홋카이도 등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의 땅값이 특히 크게 올랐다.

20일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이 전날 발표한 전국 기준지가는 지난해보다 1.0% 올라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3대 도시를 제외한 지역 기준지가도 평균 0.3% 상승했는데, 이는 버블 붕괴 초입인 1992년 이후 처음이다. 기준지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2만여 곳의 기준 지점을 조사해 9월에 발표하는 토지 가격이다.


도쿄 수백억 엔짜리 아파트도 매진

대도시가 지가 상승을 이끌었다. 3대 도시권 평균 지가 상승률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2.7%로 올라갔다. 3대 도시에서 1년 전보다 땅값이 상승한 곳의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엔 33.5%였지만 올해는 80.8%로 급등했다. 3대 도시 대부분 지역에서 땅값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도쿄에서 초고가 신축 아파트가 잇따라 판매되면서 도쿄 전체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 ‘롯폰기 힐스’를 개발한 모리빌딩사가 올해 6월 완공한 ‘아자부다이 힐스’에 있는 ‘모리JP타워’는 가장 높은 54~64층을 주택으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평균 가격이 수억 엔이고 최상층은 200억~300억 엔(약 1,800억~2,700억 원)에 달했지만 매진됐다. 도쿄 미나토구의 고급아파트 ‘미타가든힐즈’도 올해 2월 평균 4억 엔(약 36억 원)대에 팔렸다. 일본 안팎의 부유층이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도쿄의 고가 아파트 구입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공장을 짓고 있는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인근 공업단지 기준지가가 31.1% 올랐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월 28일 촬영한 TSMC 공장.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국토교통성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공장을 짓고 있는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인근 공업단지 기준지가가 31.1% 올랐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월 28일 촬영한 TSMC 공장. 도쿄=교도 연합뉴스


지방 4대 도시, 반도체 공장 인근 지역 크게 올라

지역별 땅값 상승은 삿포로,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지방 4대 도시’(8.1% 상승)가 이끌었다.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자 인기 관광지 주변 상업지역의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유한 관광객을 노린 고급 호텔이 잇따라 개장하고 도심 재개발도 활기를 띠며 투자가 늘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홋카이도와 구마모토현도 땅값이 급등했다. 일본 토종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지토세시의 공업단지 기준지가는 지난해보다 29.4% 올랐다. 대만 TSMC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인근 공업단지도 기준지가가 31.1% 올랐다.

다만 이번 상승은 코로나19의 침체에서 회복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버블기 땅값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도쿄 23개 구의 평균 기준지가는 1㎡당 168만 엔(약 1,511만 원)으로, 버블 붕괴 직전과 비교하면 40% 정도에 불과하다. 지방 4대 도시와 반도체 공장 인근 지역, 인기 관광지 등을 제외한 지역은 인구 감소 등으로 땅값 하락이 계속됐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쿠마 마코토 수석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해외 관광객 증가 등 팬데믹에서의 회복에 따른 상승 동력은 이제 대체로 소진됐다”며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상승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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