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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 사망 공사 속사정 봤더니... 입주자대표·업체 다투다 '안전조치'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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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 사망 공사 속사정 봤더니... 입주자대표·업체 다투다 '안전조치' 나몰라라

입력
2023.09.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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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 2명, 흙막이 없이 공사하다 매몰
업체 "입주자대표 협박에 위치 변경"
대표 "원래 계약 내용대로 요구한 것"
정작 안전검토 안해... 책임만 떠넘겨

14일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친 안전사고 후 수습되지 않은 서울 중랑구 신내동 아파트 단지 공사현장. 피해자들은 당시 배수관 공사를 위해 굴착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전유진 기자

14일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친 안전사고 후 수습되지 않은 서울 중랑구 신내동 아파트 단지 공사현장. 피해자들은 당시 배수관 공사를 위해 굴착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전유진 기자

1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한 아파트단지 배수관 공사 현장에서 50대 인부 2명이 흙더미에 깔렸다. 한 명은 숨지고, 다른 한 명은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처음엔 자주 일어나는 안전사고쯤으로 치부됐지만, 알고 보니 심각한 결함이 숨어 있었다. 현장에 토사 유입을 막을 만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던 것. 아파트 입주자대표와 시공업체가 공사 문제로 다투다 노동자 보호조치를 외면한 탓이었다. 소규모 공사현장의 만성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또 하나의 참사였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는 원래 싱크홀에서 3m 정도 떨어진 하수구에 보수공사를 하려던 A업체 측 계획과 달리 46m 거리의 후문 쪽 하수구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자입찰을 거쳐 최저가를 제시한 A사에 공사를 맡겼고, 1,900만 원에 4~18일 작업하기로 지난달 31일 계약했다.

A사 관계자는 "입주자대표가 5일부터 수시로 현장에 와 무조건 후문 쪽 맨홀로 해야 한다며 46m까지 관로를 새로 시공해달라 했다"고 주장했다. 작업을 중지하면 그간의 굴착 작업과 입주민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란 대표의 으름장에 인부들이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대표 B씨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업체와 후문까지 공사하기로 계약해 이행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도급 계약서에 정확한 공사 위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현재로선 누구의 말이 맞는지 선뜻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진짜 문제는 공사 위치가 바뀌는 과정에서 흙막이 공사가 병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체 측은 대표의 요구 사항을 맞추려면 흙막이 공사를 포함해 비용이 5,000만 원 더 든다며 거절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결국 사고 이틀 전 인부들이 A사에 후문 쪽 공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업체 측의 추가 안전조치는 없었다. 사전 안전성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은 사고 책임도 상대에 떠넘기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애초 계획한 3m 거리는 안전하고, 46m짜리 공사는 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고 해명했다. 반면 B씨는 "회의에서 안전에 유의하라고 얘기했고, 안전성 검토도 업체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경위 및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흙막이 공사가 사고 원인 중 하나라는 보고 내용도 있어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안전의무 소홀이 사고로 이어지는 소규모 공사 현장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업체는 5명 미만 사업장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작은 공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당국의 관리·감독이 어렵다"며 "또 최저가입찰제 탓에 영세업체들은 돈이 더 드는 흙막이 공사 필요성을 발주처에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함경식 노동안전연구원 원장도 "영세업체를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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