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접수된 회원권 피해
작년 4431건, 5년 만에 2배
피해액 103.7억으로 3배 증가
관련 법 발의, 논의 없어 '폐기'
“올해 어버이날 간만에 효도 겸 부모님께 각각 74만9,000원짜리 ‘GX 2개 헬스 12개월권’을 끊어드렸어요. 등록 한 달 만에 업체가 갑자기 폐업하는 바람에 환불도 못 받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요.”
경기 고양시에 살고 있는 직장인 황모(30)씨는 ‘헬스장 회원권 먹튀’ 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피트니스 센터를 수사 중인 일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폐업 이후 환불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자는 7월 기준 200여 명. 피해액은 2억 원에 달한다.
헬스장, 필라테스, 골프장 등 장기 회원권을 운영하는 일부 업체가 갑자기 문 닫고 회원비를 꿀꺽 하는 ‘먹튀’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회원권 관련 소비자 피해 현황’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의 피해 접수 건수는 2019년 2,400건에서 2022년 4,43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피해 접수는 5,000건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회원권 피해가 5년 만에 2배 늘어나는 것이다.
정작 관련 업체가 피해자 구제에 나선 경우는 드물다. 배상은 연간 12~16건에 불과하다. 환급 처리된 신고 비율은 2019년 42.5%, 2022년 41.2%에 그쳤다. 피해자 10명 중 6명은 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셈이다. 신고된 피해액은 2019년 34억7,600만 원에서 2022년 103억7,200만 원으로 3배 증가했다. 수사기관을 찾는 피해자의 약 20, 30% 정도가 소비자원에 신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피해 구제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원은 분쟁조정기관일 뿐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 간 연락이 닿지 않으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어서다. 경찰 고소, 법원 지급명령 신청 등 다른 피해 구제 수단도 있으나 활용하기 쉽지 않다. 지급명령 신청은 피해자가 폐업 업주의 실거주지를 알아내야 한다. 피해자가 민·형사소송을 걸면 소송 비용을 감내해야 하고, 승소해도 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회도 장기 회원권 먹튀 피해를 인지하고 관련 법안을 일찌감치 발의했지만 논의는 더딘 상태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들은 제대로 된 회의 한 번 없이 폐기됐다. 체육시설이 3개월 이상 휴업하거나 폐업할 경우 그 사실을 휴업·폐업 14일 전까지 이용자에게 알리거나, 3개월 이상 이용료를 미리 받은 체육시설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게 법안들의 골자다.
김한규 의원은 "회원권 피해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보증보험 등 안전장치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며 "에스크로(제3자의 보증금 관리) 도입 등 회원권 시장 내 신뢰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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