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거점으로 '암호화폐' 탈취…"불법 자금세탁"

암호화폐 계좌 해킹, 북한 새 외화벌이 수단
최근 중국 거래소 아닌 러시아 거래소 이용 정황

게티이미지뱅크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탈취를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해킹조직의 거점이 중국에서 러시아로 이동하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19일 암호화폐 분석회사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를 인용, 북한 정권과 연계된 해킹 조직이 지난 2021년 이후 불법적으로 암호화폐 자산을 세탁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거래소 이용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북한 해킹조직은 지난해 미국의 블록체인 기술업체 '하모니'로부터 암호화폐를 탈취한 뒤 러시아 거래소를 통해 2,190만 달러(약 290억 원)를 이체했다. 체이널리시스는 "북한은 2021년부터 러시아 거래소 이용을 늘렸다"면서 "최근 북한의 러시아 거래소 이용 정황은 북러 간 사이버 지하 세계에서의 협력관계가 강화됐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해킹조직이 암호화폐 세탁에 이용한 러시아 거래소들은 이미 불법거래 등 국제 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곳들"이라며 "북한이 탈취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새 외화벌이 수단으로 암호화폐 탈취를 비롯한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면서 한미일 3국은 관련 업체들을 제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러시아 거래소를 이용하면서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게 훨씬 어려워질 전망이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일립틱'은 앞서 6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조직 라자루스의 소행으로 알려진 '아토믹 월렛(Atomic Wallet)' 해킹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해커들이 국제 수사기관의 자금동결을 피하기 위해 탈취 자산을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인 '가란텍스'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가란텍스는 불법적인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이후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