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제규 감독 “잊고 있던 승리의 역사 전하고 싶었다”
알림

강제규 감독 “잊고 있던 승리의 역사 전하고 싶었다”

입력
2023.09.19 12:00
수정
2023.09.19 18:06
22면
0 0

제작비 210억 원 '1947 보스톤'으로 귀환
"마라톤 전설 세 분의 이야기 다루고 싶었다
최대한 허구 배제... 실제와 일치율 80%"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마이웨이’에 이어 ‘1947 보스톤’에서도 해방 전후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그는 “그 시대 사람들만큼 변화무쌍하고 드라마틱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살았던 세대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마이웨이’에 이어 ‘1947 보스톤’에서도 해방 전후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그는 “그 시대 사람들만큼 변화무쌍하고 드라마틱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살았던 세대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제규(61) 감독은 한국 영화 최고 흥행술사 중 한 명이다.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1996)로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알렸고, ‘쉬리’(1999)와 ‘태극기 휘날리며’(2004)로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마이웨이’(2011)는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214만 명)을 기록했으나 강 감독은 여전히 행보를 주목해야 할 영화인이다. 그는 추석 연휴를 겨냥해 신작 ‘1947 보스톤’을 27일 선보인다. ‘장수상회’(2015) 이후 8년 만의 영화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화사 엠메이커스 사무실에서 강 감독을 만났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이라는 간략한 문장으로 회자되곤 했던 국내 스포츠 역사 한 자락을 불러낸다. 해방 직후 혼란기 베를린올림픽 영웅 손기정(하정우)과 남승룡(배성우)의 지도로 세계를 놀라게 한 서윤복(임시완) 선수 사연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현대사를 배경으로 격정의 이야기를 강약 있게 조율해내는 강 감독의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강 감독은 이미 쓰인 각본에 대한 연출 의뢰를 받고 ‘1947 보스톤’의 메가폰을 잡았다. “원래 마라톤 소재에 관심이 컸던” 그로서는 “다른 감독이 맡았으면 아쉬움이 많았을 내용”이었다. “국내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세 분을 동시에 영화에 담을 수 있고, 좌절과 고통의 역사가 아닌 승리의 순간을 관객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 감독은 “실화가 워낙 극적이라 허구를 최대한 자제했다”며 “실제와 일치율이 8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복을 연기하기 위해 임시완은 5개월 동안 마라톤 훈련을 했다. 국내 여자마라톤을 대표했던 권은주 감독이 지도했다. 임시완은 10㎞ 단축마라톤 출전을 하기도 했고, 영화 촬영 중에도 훈련을 지속했다. 강 감독은 “임시완이 진짜 서윤복이 되지 않으면 영화는 실패한다”고 생각했다. “관객은 서윤복이 달리는 장면에 집중할 텐데 배우가 마라톤 선수 같지 않으면 몰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강 감독은 “임시완은 근육 모양, 체지방 비율 등도 서윤복 선생님 원형에 가깝게 몸을 만들면서 혹독한 훈련까지 받았는데 잘 견뎌줬다”고 돌아봤다.

영화 '1947 보스톤'은 갖은 제약과 난관을 뚫고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이끌어낸 서윤복 선수와 손기정 감독 등의 사연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1947 보스톤'은 갖은 제약과 난관을 뚫고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이끌어낸 서윤복 선수와 손기정 감독 등의 사연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절정은 1947년 4월 19일 열린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장면이다. 강 감독은 “마라톤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1940년대 보스턴을 스크린에 재현하기 위해 호주 멜버른 인근에서 촬영했다. “라트비아와 폴란드, 헝가리, 우루과이, 뉴질랜드 등을 돌아본 후 찾아낸 곳”이었다.

“3부작이 나올 만한 내용”인데도 강 감독이 처음 구상했던 상영시간은 110분. 실제 상영시간은 108분이다. 강 감독이 그린 밑그림대로 찍고 편집한 셈이다. 강 감독은 “제작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여러 가지를 보여주면서도 무엇에 집중할지, 강약조절은 어떻게 할지 촬영 전부터 정해놓았다”고 말했다. ‘1947 보스톤’의 제작비는 210억 원이다.

촬영은 2019년 9월 시작해 2020년 1월 마쳤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개봉 시기를 미뤄왔다. 강 감독은 “개봉하기까지 긴 기다림이 있었으나 후반작업을 좀더 촘촘히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위안 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계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7~8월 여름시장에선 한국 영화 관객이 지난해보다 500만 명 이상이 줄었다. 한국 영화 산업화를 견인했던 강 감독은 고민이 많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한국 관객이라는 제한된 영역을 정해놓고 만들어졌어요. 이제는 무한경쟁시대입니다. 관객은 한국 영화라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아요. 미국이든 유럽이든 어디 영화와 견주어도 더 볼 만한 무엇을 만들어야만 해요. 예전 어떤 위기보다 더 큰 위기입니다. 영화인의 혁신이 절실합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