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3kg으로 85명...' 세종어린이집 사태 석달
세종시감사위원회 '혐의 없음' 결론에 '집단 퇴소'
사태 전 원생 80여명서 15명으로... '마을의 치부'
"감사위 조사는 '이중잣대'... 감사과정 확인할 것"
급식 비리, 시설 무단점거, 횡령 등의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세종시 한솔동 국공립 A어린이집의 B원장이 돌아온다. 학부모ㆍ교사와 고소전 등 정면충돌로 보육공백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로 직무 정지된 지 두 달 반만이다. 학부모들은 집단 퇴소에 나섰다.
18일 세종시와 A어린이집에 따르면 세종시감사위원회의 ‘혐의 없음’ 조사 결과에 따라 B원장은 20일부로 직무에 복귀한다. 이에 따라 두 달여 전 투입됐던 대체원장은 19일 근무를 마지막으로 철수한다.
세종시 관계자는 “3개월여 동안 사태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는 것뿐”이라며 “B원장의 20일 복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복귀를 위한)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원장의 복귀 소식에 반발한 학부모들은 퇴소 신청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난주 4명이 퇴소 신청서를 제출, A어린이집 원생 현원은 이날 기준 36명이 됐다. 한 학부모는 “세종시 감사위 조사 결과 소식을 듣고 ‘더는 희망을 갖기 힘들다’고 판단한 원생 부모 21명이 그 후 추가로 퇴소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B원장이 직무에 복귀하면 15명의 어린이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감사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학부모 사이서는 퇴소를 희망한다는 ‘연명서’가 돌았다. 해당 문서에는 20여 명의 학부모가 서명했다. 연명서에 서명한 한 학부모는 “한 때 수백 명이 입소 대기를 하던 명품 어린이집이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됐는지 세종시는 잘 알 것"이라며 "마을의 자랑이던 세종 신도시 첫 어린이집이 10년 만에 마을의 치부가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은 세종시와 세종시감사위원회를 향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지난주 B원장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설마 설마 했다”면서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감사를 한 것인지, 그랬다면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감사위원회는 B원장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11일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 조사 착수 3개월 만이었다.
실제 학부모들이 확보한 세종시감사위원회의 처분 결과 등이 반영된 문서에 따르면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세종시가 12일 A어린이집에 보낸 ‘부적정 지급 수당 여입 등 처리 안내’다.
해당 공문은 A어린이집으로 하여금, 과거의 원장과 교사들이 어린이집운영위원회 보고 없이 스승의날 수당, 하계수당 등으로 2022년도에 483만1,000원을 받아간 만큼, 이들로부터 해당 금액을 A어린이집 운영비 통장으로 입금 회수 처리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 교사는 “새로 온 B원장도 올해 초 운영위원회 보고 없이, 원장 지급 대상이 아닌 명절(설) 수당을 50만원 받아 갔다”며 “B원장의 수당은 두고 과거 교사들의 수당 지급 문제만 지적한 것은 감사위원회가 B원장에게 유리한 잣대로 감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원장은 본보에 “명절 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설 연휴 직전인 1월 20일 ‘원장수당’ 명목으로 50만 원이 운영비 통장에서 인출됐다.
A어린이집 운영위 관계자는 “원장의 명절 수당 50만 원 지급 건은 12월에 있었던 운영위원회 회의 때 보고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감사위원회의 조사 적절성 문제를 되짚는 등 그 좋던 어린이집을 이렇게 만든 세종시를 상대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의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B원장은 어린이집 정상화 의욕을 보였다. 그는 "다음달부터 리모델링 공사를한다. 11월부턴 보다 나은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며 "신입생이 늘어 1년 뒤엔 원생이 60명 규모가 되고, 2년 뒤엔 원래 수준으로 완전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B원장과 세종시의 위수탁 계약 기간은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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