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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판사 앞에 서라

입력
2023.09.18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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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야당 ‘총력투쟁’에 여당 ‘공당 포기’ 대치
‘이재명 문제’ 증폭된 ‘증오정치’ 끝낼 때
단식 끝내고 심판받아야 정치 정상화

단식 19일 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단식 19일 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비상의원총회 이후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고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한 건 좀 지나쳐 보일 수 있지만, 전혀 엉뚱한 일만은 아니다. 한 총리는 최근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국회 질의에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를 지지해온 사람들조차 최근엔 ‘이태원 참사’나 잼버리대회 파행 수습, 채 상병 사건과 일부 개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실정을 우려하는 빈도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야당으로선 정기국회를 맞아 내각 총사퇴 정치공세를 펴는 게 뜬금없지는 않게 된 셈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대정부 ‘총력투쟁’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야당의 총력투쟁 자체가 이재명 대표의 단식과 연계된 ‘방탄정치’이자,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당내 계파갈등을 미봉하려는 정략에 불과하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민주당으로서는 제1 야당으로서 국정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견제조차도 ‘이재명 문제’에 얽혀 뒤죽박죽이 되고 국민적 공감마저 상실하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맡은 이래 ‘이재명 문제’는 사사건건 여야 간 극한 대치를 빚으며 국내 정치를 파행으로 몰아간 최대 상수였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가 상례를 깨고 곧바로 정치 일선에 나서면서 정국은 대선의 연장전처럼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아예 상대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유지했다. 강경파들이 득세한 야당은 검찰의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비난에 당력을 모으는 한편, 사사건건 김건희 여사 쪽을 물고 늘어지는 집요한 행태를 보였다. 그렇다 보니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이재명 문제’의 악순환에 걷잡을 수 없이 휘말리는 결과를 낳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의 극단적 장기 대치 정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가재정법과 채용관리법, 교원지위법, 우주항공청법 등 200여 건의 국정과제 및 민생 법안의 국회 처리가 멈춰 있는 상황을 낳고 있다. 법안뿐 아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나 잼버리대회 파행에 관한 여야 대치는 필사적인 헐뜯기와 비방, 네 탓 공방으로 국민적 우려를 정치가 되레 증폭시킨 사례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청구되자 야당이 즉각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정기국회 상임위 대부분을 거부한 채 용산 장외시위에 나선 것만 해도 ‘이재명 문제’가 정치를 얼마나 굴절시키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야당은 윤 정권의 폭주나 민주주의 파괴, 야당 탄압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총력투쟁의 이면엔 결국 ‘이재명 문제’가 작용하고 있음은 누구나 짐작하는 바다.

이 대표는 일련의 검찰수사에 대해 ‘정치탄압’을 주장해왔다. 검찰소환 땐 ”증거도 없으면서 왜 자꾸 소환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장동ㆍ백현동 개발 비리혐의만 해도 이 대표 측근들이 민간 개발업자들과 결탁한 정황이 두드러지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역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관여 정황이 뚜렷하다. 검찰로서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를 제시하더라도 기소 자체를 이 대표 스케줄에 맞춰 미루거나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식 19일째를 맞은 이 대표는 끝내 건강악화로 18일 병원에 후송됐다. 안쓰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의 단식이 더 이상 검찰 수사나 재판을 지연시키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가 더 이상 ‘이재명 문제’로 파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국민에게 약속한 만큼, 조속히 건강을 회복해 스스로 민주당에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문하고 영장 판사 앞에서 구속 불필요 소명에 나서는 게 옳다. 그게 자신에 대한 정치적 신뢰와 정치 정상화를 위한 이 대표의 책무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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