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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자” vs “분위기부터”… 미중 외교 수장, 11월 정상회담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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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자” vs “분위기부터”… 미중 외교 수장, 11월 정상회담 줄다리기

입력
2023.09.18 16: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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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설리번-중국 왕이, 12시간 ‘몰타 회동’
“솔직·건설적 대화”… 이견 조율 못 끝낸 듯
달래는 미국에 중국 “발전 권리 박탈 불용”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대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발리=AP 뉴시스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대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발리=AP 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최고위급 외교·안보 수장이 제3국에서 16, 17일(현지시간) 전격 회동했다. 핵심 의제는 이르면 11월에나 가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개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북한·러시아 정상회담 직후였던 터라,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미국이 더 아쉬운 형편이지만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탐탁히 여기지 않고 있다. 이번 만남에서는 미중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졌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미국 백악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과 이날,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다며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열어 두고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려는 지속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발표문을 통해 회담 사실을 알리고 “양국이 중미 관계의 안정과 개선에 초점을 맞춰 전략적 소통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회동에서 양측은 미중 관계 주요 현안을 비롯해 세계 및 지역 안보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대만 간 양안 문제 등을 두루 논의했다. 더불어 이런 전략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개월에 걸쳐 추가 고위급 접촉과 주요 분야 협의를 추진한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중국 영향력 상쇄‘ 목표 감추는 바이든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는 게 양측의 공통 평가다. “건설적”은 ‘공감대’를, “솔직한”은 ‘이견’을 각각 뜻하는 외교 수사다. 이를 감안하면 정상회담을 포함한 양국 현안이 다뤄질 고위급 대화를 지속하자는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으나, 완전한 조율에는 이르지 못했을 개연성이 있다. 5월 오스트리아 빈 회동 뒤 4개월 만인 두 사람의 만남은 이틀에 걸쳐 12시간 동안 진행됐다.

정황상 적극적인 쪽은 미국이다. 미국은 줄곧 한국과 일본, 인도, 베트남 등과의 관계 강화에 힘써 왔고, 올해 들어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다. 이들을 활용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포위하고 영향력을 상쇄하는 게 미국의 전략 목표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안정된 기반 확보” 같은 표현을 동원해 의도를 감추고 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까운 미래에 시 주석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누차 피력해 왔다.

반면 중국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회동에서) 설리번 보좌관이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이나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걸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중국을 회유하려 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 인민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대중 제재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왕이 모스크바행… 시진핑-푸틴 회담부터

올해 3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3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미중 관계 안정이 필요한 것은 두 정상에게 마찬가지다. 내년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최대 외교 현안인 대중 관계마저 나빠지도록 놔둘 수 없다. 특히 13일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를 위한 정상회담을 강행하면서 양국과 가까운 중국의 입장과 역할도 중요해졌다. 내치가 급한 시 주석도 여력 확보가 절실하다. 뉴욕타임스는 “경제 둔화에 직면한 시 주석이 커져 가는 엘리트 집단 내 불만과도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미국은 시 주석의 방미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이 확답을 미루고 있다. 회담을 성사시키고 싶으면 성의 있는 태도로 우호적 분위기부터 만들라는 게 몰타 회동을 통해 드러난 중국 측 요구다.

이번 회동 시기는 왕 부장의 러시아행 직전이기도 했다. 왕 부장은 설리번 보좌관과 만나고 곧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18일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로 떠났다. 내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조정하고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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